[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정부 지원금 27조원을 받고 아직 14조원이 넘게 회수되지 못한 저축은행 30곳에서 부당대출과 대주주 신용공여 위반 등 각종 부당거래 행위 의심 거래액만 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통해 27조3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던 저축은행 30곳에서 과거 부당거래로 의심된 거래액 규모만 11조89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지원 후 소송을 통해 전 임원들이 귀책 사유로 인해 현재까지 배상 판결을 받은 금액이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심 거래액이 가장 많이 산출된 곳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시켰던 부산저축은행으로 2조6740억원이었다. 이어 ▲제일저축은행이 약 1조 5380억원 ▲토마토저축은행이 1조4950억원 ▲부산2저축은행이 1조1290억원으로 나타나는 등 4개의 저축은행의 의심 부당거래액이 1조원을 넘었다.
부당거래 의심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출 부당취급 건이 약 3조57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저축은행들이 과거 PF대출을 제공했을 때 대출받을 기업의 사업성 검토를 미흡하게 처리한 채 대출을 해줘 결과적으로 부실로 이어지는 등의 경우였다.
이어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규정을 위반한 규모가 3조3680억원, 저축은행법상 명시된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정을 초과한 대출이 1조52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11년, 부실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예금보험기금 내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하 특별계정)을 조성했다. 특별계정은 예금보험공사의 보험보장을 받는 부보금융회사들의 보험료 일부와 예금보험기금채권 및 예금보험기금 내 각종 계정에서 차입금 등을 통해 출연됐다.
특별계정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31개의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출자, 출연, 보험금지급 등의 형태로 총 27조1700억원의 금액을 지원했다. 특별계정은 오는 2026년까지 운영되는 한시적 계정으로 기한 내에 상환돼야 한다.
그럼에도 31개 저축은행 중 30개에 해당되는 거의 모든 은행들이 파산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기 전에 이미 각종 부당거래 의심 행위들이 만연했던 것이다.
회수가 완료된 대영저축은행을 제외한 30개 저축은행에 해당하는 특별계정 지원금은 27조 300억원이다. 이 중 올해 7월 현재 회수금액은 12조8500억원으로 아직도 14조1800억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태다.
조사된 의심 거래액 규모는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의 파산 이후 법적 관재 역할을 맡게 되면서 내부위원회인 금융부실책임심의위원회를 구성, 점검을 통해 파악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위원회는 회계사나 전직 법조인 등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저축은행들의 거래 과정을 분석하면서 의심 거래를 파악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부당거래 의심액 자료를 토대로 각 저축은행의 전직 임원을 비롯한 경영진을 대상으로 3500억원 규모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승소를 통해 경영진 귀책에 따른 배상 책임이 부여된 금액은 18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에 따르면 피고인 경영진의 재산 상황이나 지급 가능규모 등 소송의 실익을 고려해 위와 같이 배상 소송을 하게 됐다.
송재호 의원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안겼던 사건”이라며 “원만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 기금으로 수십조원을 지원받은 저축은행에서 각종 부당거래 의심 행위들이 성행했으며, 심지어 수재 행위까지 발생했던 것은 이미 방만하고 해이한 경영이 도를 넘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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