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23일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국감장을 뜨겁게 달궜던 ‘재정준칙’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전세 대책에 대해서도 “지금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종합감사에선 ▲예산의 불균형 분배 ▲장기적 재정전망 ▲잠재적 경제성장률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이 논의됐다.
홍남기 “재정준칙, 미래 대비용으로 만들어…2025년부터 시행할 것”
홍남기 부총리는 기재부 종합감사에서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 “국가채무비율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경제심리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가 최근 재정준칙을 만들겠다고 하는 건 일정 부분 이해하지만, 지금은 확장재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재정준칙 도입 유예를 주장하자 이같이 답했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도입을 논의한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확장적 재정이 진행되면서 도입이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제정이 향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당분간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하지만, 향후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을 조치하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올라가서 (재정준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정준칙도 4년간 유예해서 2025년부터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준칙만 고수하다가 성장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준칙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현재로선 유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재정준칙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으로 “이 총재의 발언은 재정준칙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준칙으로서 엄격함과 위기대처를 위한 유연함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안정화, 어떻게 할거냐” 질문에…홍남기 “지금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 대책 마련”
최근 급등하는 전세가로 인해 전세시장 안정 대책 요구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재부 종합감사에서도 전세 안정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23일 종합감사에서 “(부동산 가격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며 전세가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자 홍 부총리는 “크든 작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고 있다”며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 지금 정책과 충돌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년간 전세 대책을 리뷰해봤다”며 “매매가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전세 대책은 취할 수 있는 게 많지만, 매매가 하락이 아닌 상황에 전세 지원대책을 내놓으려니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 그러나 현재 정책과 충돌 안 되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해 필요하면 당과 상의하겠다”며 “제 업무 상당 부분이 지금 전세 시장 안정에 많이 쏠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홍 부총리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대책으로 거론되는 ‘표준임대료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전세난 해결을 위해 표준임대료제와 신규계약상한제를 검토한 사실이 있는지 질문하자 홍 부총리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표준임대료제도는 지자체장이 면적·구조 등을 고려해 매년 표준주택의 전·월세 가격을 산정하고 유사 주택의 임대료 상한선을 제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규계약상한제는 임대차 3법의 전월세상한제를 갱신계약에 더해 신규계약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홍 부총리의 대답에 정 의원은 “수요와 공급 원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추가 대책 시행은 전세난 해결보다는 오히려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정 최고금리, 20% 현실화되나…홍남기·이주열 “인하 검토하겠다”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는 방안을 두고 홍남기 부총리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신중론을 펼친 가운데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기준금리가 0.5%인 현재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 연 24%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홍 부총리는 “저도 최고이자율 24%는 높다고 본다.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법정 최고금리는 금융사가 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수취할 수 있는 이자의 최대 상한선을 말한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4%로, 지난 2016년 27.9%로 인하됐다가, 2018년부터는 24%로 내려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법정 최고금리의 상한선을 20%대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법정 최고금리에 위치하는 구간에서 그나마 의지하고 있는 취약계층들이 자칫 잘못하면 제도권 바깥으로 나가서 음성적으로 더 높은 금리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면서 “다만 금리를 낮추는 문제는 이전부터 검토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공감한 반면, 이주열 총재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기준금리 인하는 또 다른 문제”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다만 추 의원이 인하 검토를 요청하자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추 의원은 “현실적인 금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음 주 법정 최고금리 인하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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