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차기 손해보험협회 회장후보가 모두 관료와 금융당국 출신 5명으로 압축됐다. 손보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이나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등 금융당국과 정치권과 접촉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정부에 업계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인선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회장추천위원회는 27일 2차 회의를 열고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사장)과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유관우 김앤장 고문을 비롯해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 5명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후보 5인 관료·금융당국 출신 인사 구성…다음달 최종 후보 가려질듯
이번 회추위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5인 후보 모두 관료와 금융당국 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회추위 초반부터 이름이 거론됐던 강영구 사장은 보험감독원에 입사 후 금감원 보험검사2국장, 보험업서비스본부 부원장보 등을 거쳐 보험개발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부터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력한 회장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진웅섭 전 금감원장 역시 후보로 선정됐다. 진 전 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대변인 ▲자본시장 국장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무위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금융감원독원 원장을 역임했다.
유관우 고문도 강 사장과 마찬가지로 보험감독원에 입사한 뒤 금감원으로 이동,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이후 금감원에서 나와 2008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고 있다.
이번 회추위에서 새롭게 이름을 올린 김성진 전 조달청장과 정지원 이사장도 금·관 출신 후보다. 김 전 조달청장은 행시 19회로 기획재정부(옛 재경부) 국제투자과장을 비롯해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심의관 경제협력국장 ▲공보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을 거쳤으며, 조달청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감독정책과장을 지냈고,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상임위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을 거쳐 현재 한국거래소를 이끌고 있다.
회추위는 다음달 2일 세번째 회의를 열고 이들 가운데 1인이나 2인의 최종후보를 선정한후 손보협회 회원사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을 뽑을 예정이다.
현안 과제 풀기엔 ‘금·관 출신’이 제격…‘관피아’ 지적도
차기 손보회장 후보들이 모두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 것을 두고 손보업계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현재 손보업계에 산적한 현안 과제들을 풀기 위해선 정부와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연임 의사를 포기한 김용덕 손보협회장이 임기 기간 IFRS17 도입 등 중요한 보험산업 이슈에 대해 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며 “김 회장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후임으로 금·관 출신 인사가 이어져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정상화 문제를 비롯해 ▲재난으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방안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 문제 ▲IFRS17 회계기준 도입 등 굵직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률 악화에 따른 새로운 먹거리 창출도 시급한 문제다. 특히 손보업계는 마이데이터나 오픈뱅킹과 같은 신 산업 도입 및 최근 본격적으로 진출이 허가된 헬스케어 산업 등 규제산업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소통 할 필요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이번 손보협회 후보 5인이 관 출신인 것을 두고 ‘관피아’ 기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4년을 제외하고 전체 손보협회장은 모두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연임을 포기한 김용덕 회장도 금융감독위원장을 역임한 관출신 인사다.
금융정의연대 전지예 사무국장은 “금융기관은 금융사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인데, 해당 출신 인사들이 금융협회 수장으로 가게 된다면 이해가 상충할 경우 공정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이같은 업계 분위기는 금융사 및 협회들의 경직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