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2월31일 2021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회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은 1월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국시 문제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다”며 “공공의료 강화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시험 실시 90일 전 공고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복지부는 1월말 시험을 위해 지난 4일 입법예고 절차도 마쳤다. 개정안에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다.
하지만, 국민 여론 대다수는 아직까지 의대생의 국시 재응시를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 국시 재시험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정부가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31일에도 ‘정부와 보건복지부에 요청합니다. 대생 국시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의사들은 코로나19로 가장 위급한 시기에 국민의 생명을 잡고 파업했다. 2번의 시험칠 기회를 거부한 것은 의대생”이라며 “의대생 국시를 주는 건 또 다른 특권이다. 의대생 국시는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해당 청원은 1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는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했던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방안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시 실기시험 응시자 3172명 중 423명만 시험을 치렀고, 이 중 365명만 합격해 전년과 대비해 2700명가량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의사 국시 논란을 두고 찬반 양상이 극명히 갈린다. 5일 방송한 ‘2021 JTBC 신년특집 대토론’에 출연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본인들에게 부여된 권한, 기회를 본인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투쟁의 수단으로 버린 것”이라며 “질서를 어긴 것에 대해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은 매우 나쁜 사례다. 국민이 용인할만한 정부의 상황을 만들고 다음에 하는 게 맞다”며 의사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준 정부에게 쓴소리를 날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의료인력 공급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정책적으로 백년지대계라는 차원에서 해야겠지만, 이번에 국시 응시를 스스로 거부한 지 몇 달이나 됐다고 슬그머니 푼다면 다른 사례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시험 거부나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가 일관된 기준을 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공정성과 형평성 차원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의 의견은 달랐다. 고민정 의원은 “(의대생들의) 진지한 사과가 선행됐어야 하는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면서도 “그 당시 의사 국시를 거부했던 것이지, 영원히 국가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말한 게 아니다. 또 올해 응시자가 2배로 늘어나는데 원래부터 21년도 시험을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2배의 경쟁률, 2배의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도 “의대 교수 등이 정치권에 찾아와 읍소하기도 했다. 또 당시 상황이 의료계와 정부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고, 그 가운데, 학생들이 반발해 시험을 거부한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에 의료진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시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의료진 부족으로 1만명에게 의사면허 시험 자체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타국의 사례를 봤을 때 시험 응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이 위기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난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응시했던 이들에 대한 따돌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의사들의 온라인 의사커뮤니티에서는 “국시를 거부하지 않고 제때 본 사람들에 대한 낙인찍기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내년 의사 국가고시를 1월에 추가로 실시하면서 정부를 믿고 올해 응시한 423명을 배신해 놓고, 그들을 위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요구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민의 입장으로 (의료계 파업으로 인한) 진료 거부 상황에 화가 많이 났지만,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나 자존심보다 앞에 두고 이런 결정을 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정부의 의대생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결정을 앞두고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없었는지 우려가 든다. 지난해 의사 국시를 끝까지 응시한 423명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정부의 결정은 자신들의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것. 폐쇄적인 집단 속에서 회유·협박·따돌림을 무릅쓰고 이런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는가. 이들에게 앞으로의 의사 생활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것과 같다. 423명이 흘린 피눈물에 대해 어떤 응답을 해줄 것인가. 대답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에는 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6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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