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정부는 지난해 의대생들의 국시 실기시험 거부로 인해 의료인력 공백을 우려해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상반기와 하반기 총 2차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의대생들은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방안에 반발하며 지난해 9월에 열린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당시 실기시험 응시자 3172명 중 423명만 시험을 응시했고, 이 중 365명만 합격해 전년과 비교해 2700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게 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공공의료분야의 필수의료인력 필요성 증대 등을 이유로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1월에 추가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2차례로 시험을 나누지 않으면 응시취소자 2700명과 당초 인원 3200명 등 6000명에 대한 시험을 한꺼번에 봐야 해 장기간의 실기시험 시간, 표준화 환자관리 등 사항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의대생들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응시한 의대생에게 인턴 자리를 우선 배치한 후, 1월 응시자 2700명에게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마저도 수도권 비중은 축소하고 지방·공공병원의 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대생 A씨는 “지난해 실기를 본 학생에게 자기가 가고픈 병원 인턴 자리를 우선권으로 준 것”이라며 “실기를 거부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피해를 보지 않게 대처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일정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의사 국시실기시험은 1월23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열린다. 의사 국시 필기시험을 지난 7~8일간 진행했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짧으면 보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시험 준비 기간이 부족한데, 시험일도 무작위로 배정되기 때문에 공부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불만이다. 의대생 B씨는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준비하려면 최소 4주의 기간이 필요하다. 주변에는 시험 일자가 일찍 배정되면 안 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전혀 의대생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의대생 사이에서는 1월에 실기시험을 보게 해주는 것이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인턴이나 공보의로 가게 되면 코로나19 방역현장에서 중노동만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의대생 C씨는 “실기를 치고 병원에 인턴으로 가게 되면 그건 노예임을 인증하는 것과 다른 바 없다”며 “공중보건의사로 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될 수 있으면 현역병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에 시험 보는 의대생들을 방역현장으로 강제로 데려올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국시를 치고, 인턴이나 공보의로 가느냐 마느냐 부분은 개인의 자유의사”라며 “방역현장을 지원하는 것도 본인의 의지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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