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마지막 날 모든 걸 포기한 모습" 어린이집 원장 흐느끼며 증언

"정인이, 마지막 날 모든 걸 포기한 모습" 어린이집 원장 흐느끼며 증언

기사승인 2021-02-17 15:36:24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 사건'의 증인신문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영아가 숨진 이른바 ‘16개월 아동학대사건’과 관련해 입양 초기부터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살인 및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의 첫 증인으로는 숨진 입양아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온 2020년 3월부터 신체 곳곳에서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면서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며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장씨에게 정인이 몸에 난 상처 원인을 묻자 대부분 ‘잘 모르겠다’며 답을 피하거나 ‘베이비 마사지를 하다 멍이 들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정인이 몸에서 멍과 상처가 빈번하게 발견되자 A씨는 지난해 5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정인이가 지난해 7월부터 약 두 달간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자 A씨는 이유를 물었고 장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두 달 만에 어린이집에 다시 나온 정인이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며 “아프리카 기아처럼 야위어 있었고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고 말했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10월12일 어린이집을 찾은 정인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A씨는 “그날 정인이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면서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줘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정인이의 몸은 말랐는데 유독 배만 볼록 나와 있었고, 머리에는 빨간 멍이 든 상처가 있었다. 이유식을 줘도 전혀 먹지 못하고 전부 뱉어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앞서 검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장씨를 기소했지만,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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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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