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A씨의 가게 매출은 56만원. 이마저도 친구나 지인들이 팔아준 금액이다. A씨 가게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9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940만원에 그쳤다. 5평 남짓한 가게의 임대료는 월 180만원. 여기에 전기세, 관리비 각종 세금도 A씨의 목을 옥죄고 있다. 그는 월세라도 메우기 위해 얼마전 고령 일자리센터에 이력서까지 넣었다.
A씨는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을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소식에 당분간이라도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희망회복자금은 2020년 8월 이후 단 한 번이라도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거나 경영위기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 기업들에게 지급된다. 그의 가게는 매출 감소로만 보면, 소매점 매출 기준(8000만원 미만)을 충족해 200만원 지급 대상이다.
A씨는 그러나 희망회복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그가 속한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이 경영위기 업종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탁소와 미용실, 카페, 숙박업 등 277개 업종을 경영위기 업종으로 인정했다. 판단 기준은 업종별로 전국 매출 평균을 내 2019년 대비 매출액이 10%이상 감소한 경우다. 문제는 온라인 판매가 높았던 대기업들까지 같이 묶어 매출 산정을 하다 보니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은 피해가 적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이에 대기업과 같이 묶인 소상공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 외에도 '화초 및 식물 소매업', ‘도서 소매업’ 등이 제외되면서 동네 서점과 꽃집도 희망회복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모두 대형 기업들의 온라인 매출 증가가 높았던 업종이다. A씨는 “대기업들이 온라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왜 영세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희망회복자금은 세심함이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성토했다.
A씨는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을 업종별로 묶는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각각의 매출 하락에 둬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인사동, 남대문 같은 관광객 상권은 회복이 어려운 특수 지역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A씨는 "명동은 코로나19에 가장 명확히 많은 피해를 본 곳 중 하나"라며 "상권·업종별·규모별 특수성도 고려하지 않고 지원 대상을 정하다 보니 정작 받아야할 사람이 못 받는 것 아닌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부는 소상공인 개개인의 사정을 모두 고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매출 피해 기준을 대기업과 같이 산정한 것 역시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 규모를 배제했을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정확한 피해 추측이 어렵다 판단한 것”이라며 “해당 업종의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코로나 때문인지, 온라인 소비의 증가 때문인지 이를 두고 오히려 왜곡된 결과가 나올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다른 방안을 통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경영위기업종에서 제외된 분들의 고충을 알고 있다”면서도 “이들에 대해선 온라인 판로 확대를 위한 컨설팅이나 국민지원금, 손실보상금, 소상인 긴급 대출 등 다른 지원책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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