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장기간 빙하기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주 서울 및 수도건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 수급지수는 지수 70선이 무너졌다. 이는 전국 매매 수급지수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거래 절벽으로 인해 미분양 주택도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와 주택가격 하락 전망 속 내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2024년 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돼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66.8%로 전주(67.9)보다 하락했다. 수급지수는 조사 기간 내 상대비교지만 단순 수치로만 보면 2012년 7월 첫주(58.3) 조사 시작 이후 10년 5개월만 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주 조사에서 99.6을 기록한 뒤 기준선 밑으로 떨어진 뒤 1년(55주 연속) 넘게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은 매수우위 시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매수 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조에 매매거래량도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49.7%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58.5%, 서울 55.1%, 지방 41.5% 감소했다.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241만8569건으로 전년 동기(194만3192건)대비 24.5% 증가했다. 월세 거래량도 1059만40건으로 같은 기간 24.9% 늘었다. 금리 인상 부담과 집값 하락 전망에 매매 대신 전월세를 선택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 잠김 현상에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이 0.56% 떨어져 전주(-0.52%)보다 낙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 5월 시세조사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인식 차이로 급매물만 간헐적으로 거래되며 하락세가 지속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89% 떨어져 전주(-0.73%)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으로 전세 대신 월세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 변동이 온 것으로 보인다.
연말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며 미분양 아파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호로 전월(4만1604호) 대비 13.5% 증가했다. 수도권은 7612호로 전월(7813호) 대비 2.6%(201호) 감소했으나 지방은 3만9605호로 같은 기간 17.2%(5814호)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077호로 전월 대비 1.6%(112호) 줄었으나 서울은 12.3% 증가했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 3만353가구가 쏟아지며 부동산 시장 한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주안 한국건설정책연구원은 “주택시장은 침체 국면에 들어섰으며 주택가격은 2024년을 전후로 저점을 확인할 것”이라며 “가격 변동의 모습은 L자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