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의령' 구현해 온 의령군이 역할극, 퀴즈쇼, 패러디 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라디오 방송' 제작에 나섰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퇴근을 앞둔 5시50분 의령군청에서는 '우리들의 청렴방송'이 흘러나온다. 청내 스피커를 통해 송출되는 이 방송의 청취자 수는 대략 400명이 넘는다.
청렴방송 첫 DJ는 의령군수다. 오태완 군수는 퇴근 무렵 마이크를 들고 거꾸로 읽어도 앞뒤가 같은 '기본기', '인기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청렴은 공직자의 기본기', '청렴하면 인기인'이라는 말로 공직자 청렴 독려에 나섰다.
공무원들은 제작과 연출, 출연까지 '1인 3역'을 맡는다. 과별로 돌아가며 매주 한 번의 방송을 책임진다. 이들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대본을 만들고, 출연진을 확정하고 손수 녹음에 했다.
특히 대본 작성에 혼을 갈아 넣고 있다. '우리들'이라는 방송 제목의 문구처럼 청렴에 관한 각자의 평소 생각을 재밌는 사례에 곁들어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주민행복과 방송은 단연 화제였다. 운전병 출신 음주 경력 20주년 허세남과 음주운전 철벽녀의 한판승부를 다룬 청렴 방송은 퇴근길 직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을' 기관단체에 청첩장을 뿌린 '갑' 공무원의 '수상한 행적'을 추적하는 방송도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몰입감을 높였다.
거울을 보고 "거울아, 거울아 의령군청에서 누가 제일 청렴하니"를 외친 직원과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청렴 나무를 심겠다"는 포부를 밝힌 부서는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직원들은 처음에는 '의례적인 방송이겠지' 하고 지나치다가도 횟수를 거듭할수록 어느 부서 누구의 목소리인지 궁금해하고, 매번 색다른 주제나 형식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2분 남짓한 방송에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전윤갑 기획예산담당관은 "어렵고 높아 보이는 청렴의 벽을 직원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그 담을 넘고 있다"며 "의령군 청렴도 2등급 상승은 팔할이 공무원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령군은 올해부터 간부공무원 청렴도평가라는 묘수를 꺼내 실행에 옮긴다. '윗물'부터 자정하겠다는 오태완 군수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오 군수는 "민선8기 첫 업무를 청렴 서약과 함께 시작했다. 처음의 마음이 끝까지 갈 것"이라며 "군민께서 시원하실 수 있도록 의령군은 변화의 새로운 청렴 바람을 더욱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의령=최일생 기자 k755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