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크리처물(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장르)’로 주목받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한층 대담해진 질문을 안고 다음 달 1일 시즌2로 돌아온다. 지난 10일 언론에 먼저 공개된 이 드라마 1~3부는 답을 찾기 어려운 고찰을 반복한다. 작품은 임 박사(오정세)의 입을 빌려 묻는다. 진짜 괴물은 누구냐고. 혹시 인간이 병균이고 괴물은 백신 아니겠냐고.
시즌2는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진다. 주민들이 괴물로 변하는 아수라장에서 탈출한 그린홈 아파트 입주자들은 피난 캠프로 옮겨진다. 여정은 아비규환이다. 군인들은 광기에 빠져 있다. 괴물은 물론이고 생존자마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해치려 든다. 박찬영(진영) 이병은 다르다. 자신보다 생존자가 먼저다. 부대를 이끄는 탁인환(유오성) 상사는 아기 괴물을 풀어줬다가 후임 김영후(김무열) 중사의 반발을 산다.
괴물과 인간 사이에 있는 특수감염자 차현수(송강)는 또 다른 특수감염자 편상욱(이진욱)과 함께다. 국가의 실험체가 되려는 현수와 국가를 믿지 않는 상욱은 대립한다. 상욱의 불신은 적중한다. 국가기관은 특수감염자와 괴물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다. 백신 제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거리낌 없이 그들을 “폐기”한다. 실험을 주도하는 임 박사도 미쳐 있긴 마찬가지. 그는 “인간은 바이러스고 괴물이 백신”이라고 믿는다. 미리 만들어놓은 백신도 어딘가로 빼돌린다.
2020년 공개된 시즌1은 제한된 공간에서 괴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사투를 직선적인 전개로 보여줬다. 시즌2는 이보다 복잡하다. 현수·상욱, 서이경(이시영), 임 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까마귀 부대 등 군인들과 특수한 능력을 지닌 어린 아이(김시아) 등 새 인물이 추가됐다. 이응복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하루아침에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변해버린 이들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생존자들이 언제까지 그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볼까
논쟁을 즐긴다면 ‘스위트홈2’ 속 괴물과 생존자의 관계를 흥미롭게 볼 만하다. ‘해치지 않는 괴물’과 ‘해치는 인간’ 중 더 윤리적인 존재는 누구인지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쉽게 단정 짓지 않으려는 창작자의 태도가 엿보인다. 한국 VFX(시각 특수효과)의 최정점을 확인하고 싶은 시청자도 ‘스위트홈2’에 접속하자. 신체 일부만 괴물이 된 현수와 상욱의 싸움, 폐허가 된 서울 시내 등이 때론 환상적이고 때론 현실감 높게 구현됐다. 현수를 연기한 배우 송강의 미모가 돋보이는 장면이 있다. 송강을 좋아한다면 마음이 아릿할 것이다.
그만 볼까
이야기가 질주하는 방향이 선명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뜸을 자주 들인다. 서사적 규모가 커지고 등장인물이 늘면서 진행 속도가 더뎌졌다. 장면 전환이 잦아 산만한 느낌도 있다. 몇몇 장면에선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서사를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볼거리는 많으나 극 중 인물의 감정 변화나 행동 동기를 설득하지는 못한다. 여기에 비장한 음악과 끓어오르는 감정, 개성 강한 인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니, 작품에 몰입하기도 전에 피로감이 쌓인다. 화면이 어두우니 눈의 피로에도 주의하시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