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새롭게 드러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른바 ‘6공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와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혼 소송에서 드러난 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과세 여부에 대해 “시효나 관련 법령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청문회에서 “904억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다. 불법 자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세청에서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 관장 측은 어머니이자 고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SK그룹 성장에 기여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메모에는 지난 1990년대 선경(SK의 옛 이름)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모에 담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더 있다. 당시 메모에는 SK에 전달됐다는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규모만 904억원에 달한다.
해당 자금이 고 노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으로 입증된다면 추가 과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가 가능하다. 과세 당국이 ‘메모 내용’을 인지한 시점인 이혼소송 2심 판결일로부터 1년 이내에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과세 당국의 비자금 관련 조사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에 건네진 비자금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판결이 달라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에 300억이 건네졌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재판부에서 받아들였고, 해당 자금을 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SK그룹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분이 인정했다.
앞서 SK에서는 2심 재판부가 인정한 ‘300억 비자금’에 대해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이혼 재판 현안 관련 설명회에서 “300억원 비자금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리고 어떤 용도로 왔는지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며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300억원 비자금이 들어왔다는 말만 사실로 치부되고 있다” 꼬집었다. 이어 “지난 1995년 비자금 조사 당시 메모에 적힌 비자금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