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수난시대다. 코로나 19로 입은 타격을 미처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일본 대지진 이슈까지 터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지난 8일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뒤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이에 광복절 등을 이용해 계획해둔 휴가를 앞두고 여행사에 다시 상품 취소 문의를 남기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15일 일본 오사카에 방문할 계획이었던 양모(35·여)씨는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예정대로 진행했을 텐데,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서 그냥 취소했다”며 “규슈 근처에서 여진이 발생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오사카가 직접 영향권이 아니더라도 항공기 지연 등 여러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행사들은 아직까지 취소 신청 건수가 여행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최근 여행업계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재확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부터 엔화가 오르는 ‘엔고’ 현상, 잦은 일본 지진과 티메프 정산금 사태까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여행사가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와와 여행업계는 환불 책임을 두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PG사와 카드사들은 티몬·위메프에서 일반 상품을 구매했다가 받지 못한 경우에는 환불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행 관련 상품은 책임 소재를 이유로 환불을 보류한 상태다.
PG사들은 판매 절차가 완료돼 여행이 확정됐다면 여행사가 환불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행업계는 여행상품 대금 결제 주체인 PG·카드사가 신속히 취소·환불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여행업계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여행상품 대금 결제 주체인 PG사와 카드사 중 일부가 소비자들의 여행상품 취소·환불을 보류하고 환불 책임을 여행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행사는 미지급 정산금 규모가 큰 데다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당장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휴가 계획도 망친 데다 환불까지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쏟아지는 불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는 9월 호주로 여행을 계획하며 티몬에서 12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을 구매했던 A씨는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며 “카드를 통해 결제했는데, 지금 카드사와 여행사가 서로 책임 전가만 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행사 신뢰도가 떨어지고 여행 심리가 얼어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름 여행 성수기인데다 9월 추석연휴, 10월 황금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예약 문의가 아닌 취소 및 항의 문의만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다고 해도 당분간 여행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암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행사는 규모가 작은 곳들이 많아 이번 사태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은 곳이 많다”며 “엔데믹 이후 다시 업계가 침체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지난 9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는 총 9028명으로 집계됐으며, 결제 금액은 약 2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조정안에는 환불자금이 없는 티몬·위메프뿐 아니라 여행사가 어떻게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지에 대한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