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년간 운영을 마친 상봉터미널이 서울 더샵 퍼스트월드로 탈바꿈한다. 2년 만에 공급되는 신축 대단지에 주민들은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다만 인근 아파트 대비 높은 시세, 학군지 부족, 유상 옵션 등으로 현장 반응이 나뉘었다.
20일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상봉터미널에 들어서는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본격 분양 일정에 돌입했다. 더샵 퍼스트월드는 상봉9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지하 8층~지상 49층, 5개 동 전용면적 39~118㎡, 공동주택 총 999가구 규모다. 이 중 800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전용 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39㎡ 50가구 △44㎡ 35가구 △59㎡ 41가구 △84㎡ 244가구 △98㎡ 346가구 △118㎡ 84가구다. 주로 중대형 평형이 배치됐다.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중소형 평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자료에 따르면 전용 60㎡ 이하인 소형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0.6대1로, 전용 60㎡ 초과~85㎡ 이하인 중소형(11.1대1)보다 약 2.8배, 전용 85㎡ 초과인 중·대형(8대1)보다 약 3.8배 높았다. 고분양가와 1~2인가구 증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가는 △59㎡형 9억300만~9억8000만원 △84㎡형 12억600만~13억6800만원 △98㎡형 13억5100만~15억6900만원 △118㎡형 16억1800만원~18억12000만원이다. 3.3㎡당 분양가는 약 3500만원이다.
현장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상봉 지역 특성을 반영해 대형 평형을 많이 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상봉은 준공 후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고 대부분 대형 평형”이라면서 “최근 신축 아파트 공급에 대형 평수가 적어 희소가치가 있고 갈아타기 수요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샵 퍼스트월드는 49층 초고층 아파트이며 서울 평균 분양가와 비교 시 결코 비싸지 않다”며 “인근 신축 아파트가 없어 비싸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견본주택에는 중랑구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문객은 오후4시 기준 3250명으로 집계됐다. 상봉 시민들이 주요 관람객이었다. 40년 가까이 운영된 상봉터미널 재개발과 포스코이앤씨의 귀한 서울 공급으로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전국에서 총 12곳을 분양했는데 서울 분양은 지난 2월 더샵 둔촌포레 이후 첫 분양이다.
현장에는 84 C타입, 98 B타입, 118타입 유니트가 전시됐다. 곳곳에서 “너무 좁아 보인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시민은 “확장한 거실도 작아 보인다”며 “확장 안 하면 살 수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분양가가 비싸 중대형 평형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상봉 일대에서 부동산을 30년간 운영 중인 A씨는 “터미널이 위치했던 만큼 입지가 너무 좋아 분양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다”면서 “다만 비싼 분양가가 아쉽다. 대출 규제도 있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실제 해당 단지는 상봉 인근 분양 아파트 대비 시세가 비싼 편에 속한다. 2022년 11월 중랑구에 분양된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중화1구역 재개발 아파트·1055 가구)의 분양가는 전용 84㎡형이 8억8300만~9억7540만원이었다. 2년 간 분양가 4억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 9월 이 단지 전용 84㎡형은 11억3730만원에 거래됐다.
학군지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학군으로는 면목초와 중화초, 상봉중, 장안중, 중화고, 혜원여고 등이 있다. 면목초는 단지와 10분 거리로 빌라 생활권을 지나야 한다. 손주를 둔 B씨는 “학군이 제일 아쉽다. 길도 건너야 하고 초등학생은 부모가 데려다줘야 한다”며 “학원가도 사가정역까지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아쉬운 점에도 펜타역세권(5개 환승노선)은 큰 강점으로 꼽혔다. A씨는 “터미널이 있었던 위치만큼 입지가 너무 좋다”며 “상봉에도 오랜만에 공급되는 신축 아파트에 대단지라 다들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C씨도 “5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엄청 큰 호재”라고 말했다. 더샵 퍼스트월드는 상봉역, 망우역이 모두 도보거리에 위치했고 7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GTX-B 노선(예정) 등도 이용 가능하다.
전문가는 상봉 지역은 역세권보단 가격에 좌우돼 청약 흥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인근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어서 신축에 대한 관심도는 높을 것 같다”면서 “주변 시세보다 높아 청약 수요자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 “펜타역세권은 호재이나 서울에서는 사실 대부분이 역세권”이라며 “특히 지역 특성상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매입하는 곳은 아니기에 면적보다 가격에 민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