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지키러 나와요”…‘집회장’ 된 헌재 인근 상권 ‘울상’

“가게 지키러 나와요”…‘집회장’ 된 헌재 인근 상권 ‘울상’

“12·3 비상계엄 이후 매출 3분의 1 토막”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인데…시위대와 논쟁 붙기도”
“인용이든 기각이든 빨리 끝나길 바라”

기사승인 2025-03-18 06:00:09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상가 앞에 붙은 안내문들. 이예솔 기자

“장사는 어차피 안 돼요. 인파에 밀려서 가게 유리가 깨지거나 할까 봐 걱정돼서 나오는 거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4년간 기념품샵을 운영해 온 김윤성(42·남)씨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매출은 계엄령 이후 3분의 1로 줄었다”며 “그 이후로 매출은 계속 정체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난주 이뤄질 거란 전망을 깨고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주변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인기 있는 관광지로 알려진 북촌 일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봄철 성수기 매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탄핵 각하’ 구호가 울려 퍼졌다. 관광지로서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안국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4·남)씨는 “매출이 코로나19 때와 비슷하다”며 “(우리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 손님 비중이 큰데, 선고기일이 늦어지면서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선 ‘노 차이나’(NO China)라고 적힌 팻말을 든 이들이 무리 지어져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일부 탄핵 반대 세력이 ‘반중(혐중)’ 정서를 핵심 구호로 내세우면서다.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시위대의 고성에 놀라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 아세안 관광객들은 욕설을 듣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확성기를 사용해 영어로 ‘중국은 처단해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안국역 인근 상인 김씨는 “외국인과 실제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Fxxx’ 등 반응을 보이고 자리를 뜨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념품샵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외국인 관광객 모두 잠재적 고객인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의 차벽으로 시민 통행은 제한됐다. 매주 이어지는 집회에 교통 통제도 심화하고 있다. 좁은 인도에는 매시간 사람들이 뒤엉켜 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B씨는 “인근 식당은 경찰 기동대가 식사를 하러 들르지만, 우리 매장엔 손님이 거의 없다”며 “한옥마을은 거주하는 인구가 없어 외지에 사는 분들이 와야 장사가 된다. 경찰 버스가 차벽을 세워놓고 교통도 혼잡해서 여기까지 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불확실한 상황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고, 외교적으로도 해명과 정리가 끝나야 장사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도 “인용이든 기각이든 빨리 끝나길 기다린다”며 울상을 지었다.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경찰은 헌재 주변 100m를 사실상 '출입 통제 구역'으로 설정할 계획이다. 극단적인 충돌과 돌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기동대 등 가용 병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종로구는 헌재 반경 1km에 있는 노점상들에 대해 휴무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인간 상가엔 입간판과 화분, 유리병 등을 치우기를 권고했다.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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