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 최고 165통까지 받았습니다. 사기꾼 소리까지 듣고 있어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MG손해보험 정상매각 촉구 노동조합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어두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MG손보 대전지점 양현동 팀장은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도 고객들의 해지 철회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사기 계약이니까 낸 보험료에 이자까지 더해 내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MG손보 전속 보험설계사들은 하루 수십 통에서 백여 통에 이르는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 13일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가 무산되자 금융당국의 청‧파산을 우려해 보험을 해지하거나 철회해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은 같은날 “(MG손보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에 차질이 생겨 수입도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양 팀장은 “MG손보 직원들은 꼬박꼬박 월급 받고 있지만 저희 표준영업가족(전속 설계사)은 3개월 동안 영업을 못해 수입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설계사들도 3개월 동안 수입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 철회와 해지로 위약금을 내느라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입을 모았다.
항의에 시달리는 설계사들은 어떻게든 청‧파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MG손보에서만 47년을 일해 보유 고객이 1만5000명 이상이라는 MG손보 부산지점 김화순 보험설계사는 “제발 청산을 하지 말고 계약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해지가 문제가 아니라 나이 들고 암 걸린 고객이 다시 보험계약을 들려면 누가 넣어주겠느냐”고 토로했다.
“고객님들은 지금 보험료 내야 돼요, 말아야 돼요?”
전속 설계사들은 육두문자가 들어간 항의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전화를 받는 설계사도 ‘MG손보 청산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조도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뾰족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한 설계사가 배영진 MG손보노조지부장에게 “고객님들은 보험료를 지금 내야 하느냐”고 묻자 배 지부장은 “제가 판단해서 답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모인 MG손보영업가족협의회가 영업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물은 다른 질문에도 노조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청‧파산설을 잠재워 달라는 요구에는 금융당국이 답하지 않는다고 했고, 재매각에 대해서는 새로운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서도 다시 인수에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류용전 영업가족협의회장은 “영업 현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조가 금융위원회 등에 호소문을 낸다든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배영진 MG손보노조지부장은 “금융위원회에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당장은 청‧파산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 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아닌 곳과 수의계약을 진행하더라도 고용승계 요구는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배 지부장은 영업가족협의회에 “(수의계약에 참여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서 “그래서 모든 것에 협조하겠다는 오늘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인수자가 임직원이나 노조를 싹 빼고 계약만 가져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때는 다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계사들은 어느 회사로든 MG손보가 빨리 인수돼 영업이 정상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70대의 김 설계사는 “뉴스를 안 봐 상황을 모르는 고객들이 보험에 들 테니 계약을 하러 오라고 하는데도 양심상 못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메리츠로 빨리 매각되기를 원했다”면서 “되면 고객에게 가입하셔도 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