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추계할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신설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여야 복지위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가로막아온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복지위는 1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독립 심의기구인 추계위를 설치해 직종별로 의료인력 추계를 심의하도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의료계의 주장을 법안에 충분히 담았다는 입장이지만, 의사단체는 전체회의 직전까지 추계위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의료인력 수급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1소위원회 위원장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복지위는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가며 의료계의 목소리를 더 담아내자는 취지로 추계위 설치법안 관련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이후 다시 열린 법안소위에서 의협은 대안 없이 그저 반대 의견만 표명했다.
이에 복지위원장, 여야 간사, 정부, 의협이 함께 비공개 면담을 진행해 의협의 요구를 최대치로 반영한 최종 수정안을 제시했다. 추계위에서 대한병원협회(병협)를 제외하고 의협에게 위원 과반의 추천권을 달라는 제안도 수용했다. 그러나 의협은 지난 2월24일 공문을 통해 “대안에는 우리 협회가 제시한 의견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의협은 추계위법의 법안소위 통과 전 국회와 정부가 제시한 최종안의 내용을 이번 전체회의에서 다시 반영해 줄 것을 비공식적 채널을 통해 요구해 왔다”며 “공청회까지 거친 뒤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법안을 특정 직역단체 이해관계 논리에 따라 전체회의에서 수정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기능을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조정하며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해야 할 우리 국회가 가장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파기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협은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0명이라는 숫자를 받아내지 않았나. 의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정원 3058명에서 깎아내려고 할 것”이라며 “복지부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소극적으로 대응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에 의대생 수업 복귀를 가로막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하는 일부 의료계 관계자에 대한 엄단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복지부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올리고, 배신자를 색출하는 행위가 얼마나 가열차게 이뤄지고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계위법이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의 명분이 될 것을 우려해 의협이 법안에 반대하며 통과 시기를 미뤄왔단 주장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의대생·전공의가) 돌아갈 수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명분이 만들어지면 막을 힘이 약해지고, 내부 균열이 일어나니까 계속 훼방을 놓고 단속을 더욱 강하게 했던 것”이라며 “추계위 법안 목적은 정부의 지난 문제를 바로잡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누가 피해자인지 의협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법안 통과 직전 추계위 위원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의대 증원에 대해 한 번도 동의하지 않은 의료 공급자가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의대 증원을 하지 말자고 결론 내리는 것”이라며 “균형 있는 구성을 통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할 텐데 국민이 추계위 결과를 신뢰할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추계위법이 통과돼도 전공의·의대생이 복귀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가급적 의료대란이 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어느 법안보다 여러 차례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졌다”면서 법안을 반대해온 의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아무리 대안을 바꿔도 만족할 만한 법안이라는 피드백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 법이 통과되고 또 정부의 다른 조치들이 병행되면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