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법칙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생의 지혜’이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삶의 환경이 더욱 각박해질수록 현자들이 남긴 인생의 지혜는 더욱더 절실해진다. 많은 훌륭한 인물들 중에서 ‘지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솔로몬이다.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Solomon And Sheba, 1959)>이란 영화는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에피소드를 취하여, 솔로몬의 지혜, 그의 타락, 그리고 진정한 용서를 통하여 지혜를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완벽한 인간이 없으므로 영광과 좌절을 겪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그것이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여인의 희생일지라도)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웅장하게 묘사하고 있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지도자의 둘째 번 덕목은 지혜(智慧)라고 규정하였다. 오늘은 이 지혜의 문을 노크해보고자 한다.
지혜(智慧)라 할 때, 지(智, 지혜 지․슬기 지)자는 알 지(知)와 날 일(日)로 구성된 글자이다. 여기에서 知자는 화살 시(矢)와 입 구(口)로 구성된 글자로, 사람의 말(口)을 화살(矢)처럼 빠르게 깨닫는다는 데서 ‘알다’, ‘깨닫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智자는 日자를 더하여 사리를 밝게(日) 안다는 데서 ‘지혜’나 ‘슬기’의 뜻을 지닌다. 慧(슬기로울 혜)자는 彗(빗자루 혜)자 밑에 心(마음 심)자를 받친 글자로, 마음 속의 잡념들을 쓸어버려 마음을 깨끗하게 한 상태, 즉 ‘슬기로움’의 바탕을 마련한 것을 뜻한다.
지과필개(知過必改)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간 일을 살펴서 허물을 반드시 고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했던 행동을 돌이켜보고 반성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지혜는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지식과 불필요한 지식과 알 필요가 없는 지식을 구별하는 것이다. 곧 필요한 지식이란 되도록 나쁜 짓을 하지 않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가 아는 것이다.
조직이 건실하지 못할수록 지식에만 의존하고 나아가 권모술수를 즐겨 쓴다. “지혜로운 자의 길은 마음 안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길은 마음 밖에 있다.”(이외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는 말처럼, 솔로몬이 그토록 현명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참된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국가나 기업이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은 남을 뒤따라 가기만 하는 지식보다 남보다 앞서는 지혜(창의력, 創意力)에 있다. 그 창의력은 기발하고 돌발적인 아이디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의 어려움 극복,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다.
‘지식과잉(知識過剩)과 지혜빈곤(智慧貧困)’이 현대인의 비극이다. 그러기에 ‘새로 밝힌 등불 하나가 천년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새로 얻은 지혜 하나가 만년의 어리석음을 없앤다.’(一燈能除千年暗, 一智能滅萬年愚 - ‘六祖法寶壇經’․懺悔편)는 말이 우리에게 더욱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