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이 오는 8월까지 새로운 소장품을 상설전시관 전주와 조선왕실실과 선비서예실에서 전시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지난달 27일부터 2층의 전주와 조선왕실실은 채용신(蔡龍臣·1850-1941)의 ‘영모화’를 비롯해 17건 51점, 1층 선비서예실은 이황(李滉·1501~1570)의 ‘자양금명(紫陽琴銘)’ 등 신소장품 20건 38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주와 조선왕실실 전시품 중 3건은 신소장품으로 이번 교체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영모화’는 초상화가로 유명한 채용신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채용신은 스승 없이 혼자 배우고 익혀 자신만의 동물화 화풍을 만들어갔는데 전례가 없는 사실적인 표현들이 눈에 띈다. 어미젖을 물고 있는 강아지, 연잎 아래 모여드는 올챙이, 목마를 탄 새끼 원숭이의 표현 등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화조영모화’, ‘문방도’는 모두 20세기 전반에 제작된 병풍으로 왕실에서 제작된 장식병풍이 민간으로 확산되고 어떻게 변용됐는지 보여준다. 19세기 책가문방도는 왕실을 넘어 민가에서도 사랑받았는데, 신소장품은 20세기 초 민화와 결합한 문방도의 양상을 볼 수 있다.
선비서예실에서도 이황의 ‘자양금명’을 비롯해 탑본첩과 윤순(尹淳·1680~1741)의 ‘백하서첩(白下書帖)’,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편지 등 6건의 신소장품을 처음 전시한다. ‘자양금명’은 1565년 가을, 이황이 제자 금응협(琴應夾·1526~1596)에게 써준 것으로 유학자답게 주희의 글을 단아하게 쓴 글씨가 특징이다.
전주와 조선왕실실은 신소장품과 함께 지정문화재 2건도 선보인다. ‘신구법천문도’는 2022년 보물로 지정된 천문도 8폭 병풍으로, 제1-3폭까지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문도인‘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제4-7폭에는 황도(黃道)를 중심으로 북쪽의 ‘황도북성도’, 남쪽의 ‘황도남성도’를 표현했다. 전시실에서는 기존에 전시했던 국보인‘이화개국공신녹권(李和開國功臣錄券)’(국보)의 다른 부분을 풀어 전시한다. 녹권에는 태조 이성계의 이복동생인 이화가 세운 공로와 더불어 포상과 특전 등이 적혀있고, 닥종이의 연결 부분마다 옥새가 찍혀있다. 조선왕조에서 처음으로 발급한 관문서로, 나라를 세운 공신들의 업적을 파악하는 귀중한 자료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신소장품을 연구해 그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영모화병풍’은 지난해 구입해 조사를 거쳐 국립전주박물관 학술총서인 『석지 채용신 화조·산수화』(2023)에 소개된 바 있다. 또한 영모화 작품을 책상달력으로 제작, 문화상품으로 파일폴더를 제작해 가까이에서 조선의 전통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다시 찾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상설전시실의 전시품을 교체하고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봄볕이 따뜻한 날, 국립전주박물관을 방문해 새로 선보이는 전시품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