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암구호) 담보로 돈 빌려줄게”…불법 대부업체 일당 구속 기소

“군사기밀(암구호) 담보로 돈 빌려줄게”…불법 대부업체 일당 구속 기소

기사승인 2024-10-02 14:32:01

사이버 도박 등으로 빚에 허덕이는 군(軍) 간부들에게 대출을 해주며 담보로 군사기밀인 암구호를 넘겨받은 불법 대부업체 일당이 재판을 받게 됐다.

2일 전주지검 형사3부는 군사기밀보호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부업자 A(37)씨와 직원 2명 등 총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사Ⅲ급 기밀인 암구호(暗口號)나 피아식별띠, 산악기동훈련 계획서, 부대조직 배치도 등을 넘겨받는 대신 최대 연 이율 3만 416%에 달하는 불법 고금리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법정이자율이 25%인 점을 감안하면, 군사기밀을 건네고 사채를 빌려 쓴 대가는 치명적인 족쇄로 채워졌다. 

암구호는 군에서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피아식별용 단어로, 외부 유출은 엄격히 금지되고 유출 즉시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할 만큼 보안이 중요하다.

검찰 등에 따르면, 무등록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A씨 등은 대출 스팸문자를 무작위로 전송해 문자에 답한 사람들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알선해왔고, 현역 군 간부 10명이 대출을 받겠다는 연락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부업자들이 암구호 등 군사기밀을 요구하자 7명은 거절했지만, 나머지 3명이 암구호를 건네고 고금리 사채를 빌렸다. 

사이버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 실패 등으로 빚을 지고 있던 이들 군 간부 3명은 이후 ‘돈을 갚지 않으면 기밀 유출한 사실을 부대에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당해야 했다. 이들이 A씨 등에게서 빌린 돈은 각각 100~200만원 정도였지만, 군사기밀 유출로 인해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들에게 유출한 군 기밀이 또 다른 곳으로 유출된 정황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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