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도곡동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도곡센터에서 만난 김동의 센터장은 “고객들은 주가가 올라도 잘 팔지 않고, 빠져도 잘 팔지 않는다”며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고 다른 자산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빠져도 비교적 잘 버티는 편”이라고 말했다.
채권 60~70% 깔고 주식 투자…급락에도 버틴 이유
김동의 센터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도곡센터가 관리하는 자산은 약 6조원에 달한다. 타워팰리스 일대에 거주하는 고액자산가를 비롯해 사업체를 운영하다 은퇴했거나 기업을 매각해 자산을 축적한 고객, 상장사 오너 등이 주요 고객이다.
당장 필요한 자금보다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데다 신용이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시장이 크게 흔들리더라도 주식을 급하게 처분하기보다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이 주로 만나는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는 채권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만 해도 채권 비중이 70~80%에 달했고 현재도 기본적으로 60~7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당시 저금리로 발행된 국내 저쿠폰 회사채를 많이 담았지만 최근 5년물 등을 중심으로 만기가 돌아오면서 브라질 국채와 미국 저쿠폰 채권 등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명목 수익률보다 세금을 제외하고 실제 손에 쥐는 수익률에 특히 민감하다.
김 센터장은 “고객들에게는 세금을 내고 난 뒤 실제 수익률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며 “건강보험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세금에 굉장히 민감하고 절세할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찾는다”고 했다.
“삼전·닉스 절반 이상 보유”…9000 이후에도 대부분 ‘그대로’
주식 투자에서도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 성향이 뚜렷하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도곡센터 고객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보유하고 있다. 중소형주보다는 실적과 사업구조를 확인하기 쉬운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를 선호한다.
그는 “고액자산가들은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사서 계속 보유하면서 배당을 받는 고객이 많다”며 “단타보다는 주식 수를 계속 늘려가는 데 의미를 두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고객도 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고객도 있다”며 “당시 투자한 원금에 버금가는 금액을 배당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했을 때는 고액자산가들 역시 과열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빠르게 오르자 추가 매수를 원하는 고객이 늘었고 일부 운용사가 반도체주 비중을 줄이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고객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더 사고 싶어 해 오히려 저희가 다독이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고 전했다.
6월 들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부 고객은 주식 비중을 조절하기도 했다. 필요한 자금이 있거나 변동성 확대에 부담을 느껴 주식을 매도하면서 결과적으로 고점 부근에서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고객은 기존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시장을 지켜봤다.
김동의 센터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고 레버리지도 거의 쓰지 않는다”면서 “조금 빠져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식을 매도한 뒤 생긴 현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고민하는 고객도 나타나고 있다. 김 센터장이 최근 상담한 한 고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매도한 뒤 현금 약 30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을 다시 사기에는 변동성이 부담스러운 만큼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투자처를 분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장이 급락했다고 곧바로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보다 위험과 기대수익을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것이다.
그는 최근 환율 하락을 계기로 달러와 미국 국채 등 해외자산까지 분산 범위를 넓힐 것을 조언하고 있다. 국내 주식에만 집중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해외자산 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자는 취지다.
김 센터장이 고액자산가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수익률 극대화보다 분산투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이 좋더라도 특정 종목에 자산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좋지만 다른 자산이 올라갈 수도 있다”며 “하다못해 지수관련 상품이라도 사면서 분산하고, 범위를 넓혀 해외자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연 10~15% 꾸준히”…PB는 ‘족집게’ 아니다
고액자산가들이 기대하는 수익률 역시 반드시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는 데 맞춰져 있지는 않다. 김 센터장은 “올해 상반기엔 시장이 이전과 좀 달랐지만 평소에는 연간 10~15% 정도를 꾸준히 벌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크게 욕심내기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금만 들고 시장 진입 시점을 기다리는 전략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주가가 충분히 싸지면 투자하겠다고 기다리다 보면 정작 하락했을 때는 추가 하락이 두려워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투자도 ‘싸지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막상 싸져도 투자하기 쉽지 않다”면서 “조금이라도 시장에 발을 담그고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레버리지와 인버스 투자는 경계했다. 김 센터장은 “레버리지는 하지 않는다는 게 투자 원칙”이라며 “인버스보다는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2003년 증권업계에 입문한 김 센터장은 본사 금융상품 부서와 압구정·대치·잠실 등 영업 현장을 거쳐 현재 도곡센터를 이끌고 있다. 20년 넘게 시장과 고객을 지켜본 그가 생각하는 PB의 역할은 수익률 높은 종목을 정확하게 골라주는 것이 아니다.
김 센터장은 “시장을 맞추려고 하는 사람은 오래 남지 못하더라”며 “PB는 점쟁이나 족집게가 아니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고객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고객이 화를 내거나 힘들어한다고 PB까지 같이 무너지면 안 된다”며 “한 번 만난 고객은 평생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결국 고객이 떠날 때는 돈을 벌고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PB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