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18일 오후 대구달서경찰서 강력계. 포승줄에 묶인 10대 절도범 정모군(18)은 담당형사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정군 등 뒤에선 친구 이모군(18)이 정군의 포승을 꽉 조여맸다. 둘은 ‘줄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군은 돈을 훔친 피의자였지만 죄책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정군 조사를 맡은 박경호 경사는 “요즘은 성인 범죄자보다 청소년 범죄자를 더 많이 상대한다”며 “정말 황당하고 서글픈 건 10대 전과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나쁜 일에 대해 부끄러움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전과자가 늘고 있다. 특히 강도·강간·방화 등 강력 범죄와 10대 여성 전과자 수가 급증,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을 이용해 최근 8년간 대구지역 10대 전과자의 범죄 유형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0년 살인·강도·강간·방화 같은 강력범죄가 114건에서, 지난해 189건으로 8년새 66%나 늘었다. 또 온라인 불법다운로드, 무면허 운전 등 저작권법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10대 전과자도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2682건)는 2007년(1830건)에 비해 47%나 늘어났다.
반면 폭력은 2000년 2682건에서 2008년 1823건으로 32% 줄어들었다. 사기·횡령·직권남용 같은 지능범죄도 2000년 240건에서 지난해 206명으로 14%가량 줄었다.
지난해 10대 여성이 저지른 범죄는 1349건으로 전체 10대 범죄(6720건)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07년 14%보다 6%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2007년 한 해 동안 10대가 저지른 범죄는 6405건이었다. 이 중 남성이 저지른 건수는 5505건이고, 여성의 건수는 900건이었다. 2008년에는 10대 범죄 6720건 중 남성의 건수는 5371건이었고, 여성은 1349건이었다. 1년새 남성의 범죄 건수는 2% 감소한 반면, 여성의 범죄 건수는 무려 50%나 증가한 것이다.
전과자별 현황을 보면, 대구지역 10대 청소년 18만5983명(2008년 통계청 기준) 중 약 2.7%(6720명)가 전과자이다. 이 중 전과 1범이 4967명으로 가장 많고, 10범 이상도 64명이나 됐다. 10범 이상 10대 전과자는 2000년에 비해서는 42명이 늘었고, 2007년보다는 20명이 줄어들었다.
지방청 관계자는 “10대 청소년 범죄건수가 2000년대 들어 줄어들다 2007년과 2008년에는 7000건을 육박하고 있다”며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강력범죄가 급증하는 데 대한 우려가 더 높다”고 말했다.
◇범죄정보관리시스템(CIMS: Crime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각종 범죄예방과 경찰 수사를 위한 기본적인 전자시스템. 대구지역 8개 경찰서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해놓았다. 사건수사·범죄통계·전자지도·피해통보·수사지식정보 등이 담겨 있다. 범죄와 관련된 다양한 통계와 분석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산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심지훈기자 s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