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25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목록에는 ‘트와이스 cheer up’과 ‘러블리즈’가 장시간 머물렀습니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러블리즈, 세븐틴 3팀이 같은 날 동시에 컴백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세 팀은 아직 데뷔한 지 6개월~2년에 불과한 신인 그룹들입니다. 하지만 짧은 활동기간에도 자신들의 대표곡을 대중에 알리며 인지도를 높였고 고정 팬덤도 차근차근 형성해왔죠. 자연히 이들의 신곡과 음원 성적에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3팀의 경쟁 구도는 트와이스의 승리로 귀결되는 분위기입니다. 트와이스가 발표한 신곡 ‘치어 업(CHEER UP)’은 국내 8개 음원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올킬을 기록했습니다. ‘치어 업’은 음원 발매 이틀이 지난 27일 오전에도 5개 음원차트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3파전에서 트와이스가 이겼고 러블리즈, 세븐틴이 패했다고 해석해도 괜찮은 걸까요. 당장에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속단하기는 이릅니다.지난 24~25일 열린 각 팀의 발매 기념 공연에서 각 그룹의 멤버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의 색깔을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이나 승패보다 정체성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죠.
지난 24일 열린 세븐틴 첫 정규앨범 ‘러브 & 레터(LOVE & LETTEER)’의 발매 기념 공연에서 멤버 호시는 이번 활동 목표에 대해 “‘세븐틴스럽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말에는 그룹색이 정말 짙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는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지난 25일 열린 트와이스 두 번째 미니앨범 ‘페이지 투(PAGE TWO)’의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멤버 지효는 러블리즈와 같은 날 컴백한 것에 대해 “러블리즈 선배들은 확실한 콘셉트가 있다”며 “트와이스만의 색깔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연도 “트와이스 콘셉트는 트와이스”라고 덧붙였죠.
25일 열린 러블리즈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의 발매 기념 공연에서도 경쟁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새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은 가수 윤상은 “반드시 1등 차지 한다고 해서 목표를 이뤘다는 것보다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러블리즈에게 더 힘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멤버 정예인도 “같이 컴백한 트와이스와 서로 ‘윈-윈’하면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음원 성적으로만 성과를 판단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음원 차트 1위는 트와이스의 몫이었지만 러블리즈는 장시간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며 대중의 높은 관심도를 입증했고 세븐틴은 발매 전부터 15만장의 앨범을 예약판매 하는 등 음반 성적이 좋습니다. 해외 팬 층이 두터운 트와이스는 높은 유튜브 조회수가 눈에 띕니다. ‘치어 업’ 뮤직비디오는 공개 30분 만에 유튜브 조회수 40만뷰, 이틀이 지난 27일 오전 590만뷰를 돌파했죠.
과거 아이돌 그룹들은 섹시 혹은 청순 콘셉트로 획일화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신인 시절부터 분명한 콘셉트를 제시하며 자신들의 색깔을 찾아가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콘셉트를 밀고나간 그룹 여자친구와 방탄소년단 등이 3부작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뒀던 것, 그룹의 인기를 판단하는 척도가 이전보다 다양해진 것 등이 영향을 미쳤겠죠.
트와이스, 러블리즈, 세븐틴의 컴백이 화제를 모으며 아이돌 그룹의 세대교체라는 말도 나옵니다. 신인 그룹들이 그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지난해 데뷔한 그룹 에이프릴까지 27일 컴백하며 아이돌 그룹의 경쟁 구도는 4파전 양상으로 확대돼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bluebel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