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삼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19일 새벽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날 약 4시간여에 걸친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밤새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귀가했고 삼성은 “불구속 수사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영장심사 결과와 별개로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반성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 드린다”며 “앞으로도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일가 지원이 어떤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정부에 대한 청탁 사실이 없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아직 사건이 종료되지 않았고 기소 후 재판을 통한 유무죄 입증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긴장감은 남아 있다. 특검이 제기한 뇌물 또는 횡령죄가 인정될 경우 글로벌 경영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부회장이 뇌물죄 등으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기존에 추진하던 경영 현안 진행이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미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PA)으로 각종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 민사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먼저 삼성전자가 약 9조원에 인수할 계획이던 미국 하만은 최근 일부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지만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이 특검에 불려나가면서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었다. 일단 구속기소는 면한 만큼 인수 절차는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또 재판 결과에 따라 제3국에서 뇌물죄 등에 연루된 기업에게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거나 연방정부와의 사업 금지, 인수‧합병 제한 등을 가하는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 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벌금으로 인한 손실도 문제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주로서 합병으로 인한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 청구액은 그 동안의 기회비용까지 더해진 수 천억원에 달한다. 합병 무효 소송도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

한편, 특검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재청구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답하며 말을 아꼈다. 

일반적으로 구속영장 재청구는 추가적인 증거 확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여기에 특검의 목표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인 만큼 핵심 인물들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수사도 남아 있어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를 위해 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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