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돈 벌 생각을 했으면 시작도 안했을 거예요.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위스키를 많이 알리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역에서 만난 ‘원가바’ 김준수 대표(28, 남)는 이렇게 얘기하며 다소 멋쩍게 웃었다. 원가바는 일본 긴자 등 몇 군데에 있는 시스템의 바로, 기본료 혹은 입장료 개념의 ‘커버차지’를 내고 입장한 손님에게 위스키 등 주류를 사입 원가에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김준수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원가바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 등 300여개 종류의 주류를 기존 바의 절반 수준 가격인 4000원~1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외부에서 음식을 들여와서 먹을 수 있고, 2만원의 커버차지만 지불하면 술도 가져와서 마실 수 있다.
“일본 긴자의 경우 2500엔, 다른 지역도 1800엔 이상의 커버차지를 정해놨어요. 그래야 어느 정도 ‘사업’으로 운영이 가능하니까요. 커버차지로 정한 2만원은 사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빠듯해요. 그래도 고객들의 심리적인 벽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2만원과 3만원과는 다르니까요.”
◇ 호기심에서 시작된 ‘꿈’
원가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김 대표는 ‘민망할 정도로 사소하다’며 말을 아꼈다. 대학생 시절 단지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다. 문제는 금전적인 부담이었다. 한 잔에 만 원 이상 하는 싱글몰트의 경우 대학생 입장에서는 큰 돈이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위스키모임이었다.
위스키모임은 김 대표와 같이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이 회비를 모아 그 돈으로 주류를 구입해 즐기는 모임이었다. 개인이 병째로 구입하기에는 고숙성 위스키의 경우 가격적인 부담이 컸고, 여러 종류의 술을 즐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임의 경우 자주는 아니지만 지금도 나가고는 있어요. 그런데 모임도 마찬가지로 먹고 싶은 술을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려 종류의 술을 마시다보니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술을 묶음으로 모아서 구입하다보니 굳이 내가 회비를 내면서까지 마시기 싫은 술이 포함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여전히 단점이 존재했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가직무표준(NCS) 식음료 부분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에 원가바 시스템에 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접 일본에 넘어가 가게를 답사한 김 대표는 이 원가 시스템을 들여오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분들이 ‘이 시스템으로 강남에서 가게 운영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돈 벌 생각이었으면 시작을 안했을 거예요. 이른 바 젊은이의 패기죠”
◇ 멤버십 시스템으로 입문자·매니아 공략
김 대표가 개업 준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불과 3주 만에 강남에 입지를 정하고 인테리어, 사입 등을 마무리했다. 임대료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강남으로 정한 것은 단순히 접근성 때문이에요. 최근 연남동 쪽에 바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연남동 쪽도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더라고요. 일부러 찾아 오더라도 역에서 10분 이상 들어와야 하니까요. 게다가 임대료도 상당했고요. 그래서 강북으로도, 분당 등 지역으로도 교통이 편리한 강남으로 정했어요. 입지를 정하고 나니까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준비기간에도 임대료가 나가니까요.”
커버차지가 주 수입원인 시스템상 김 대표는 수익분기점을 일평균 15명 정도라고 말했다. 15명에서 20명의 손님이 와야 임대료와 사입비 등을 빼고 직원을 한 명 정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김 대표는 132㎡(40평), 50석 규모의 가게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 평균 열 명 정도의 손님을 찾고 있으며 대부분 인터넷 검색이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라고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연령층이 넓어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비슷한 비중으로 가장 많고 20대 초반과 40대 이상 분들도 자주 찾으시더라고요. 사실 위스키가 비싼 술, 고급 술, 혹은 유흥에서 먹는 술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생각들이 많이 옅어진 것 같아서 기쁘더라고요.”
2만원인 커버차지가 부담되는 고객들을 위해 멤버십 시스템도 도입했다. 5만원을 내는 손님을 대상으로 6개월간 커버차지를 1만원으로 50% 할인해주는 것이다.
“처음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2만원이라는 돈도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한 번 마셔볼까’ 하는 손님들에게 가격이 벽이 되어서는 안 되죠. 그래서 멤버십 시스템 외에도 커버차지 가격도 조정하려고 검토하고 있어요.”
◇ 사업적 성공보다는 ‘위스키 대중화’
김 대표는 위스키가 가진 매력을 ‘깔끔함'과 보관의 편리함을 꼽았다. 깔끔하다는 말이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맛이 깔끔하고, 목 넘김이 깔끔하고, 다음 날이 깔끔하다는 의미이며 보관 또한 막걸리나 와인과는 달리 직사광선만 피하면 보관에 큰 무리가 없다.
“영업적인, 사업적인 부분에서의 목표는 아직 없어요.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위스키를 즐기는 ‘대중화’라는 마음만을 쭉 가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