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은 돼도 가격 할인은 안 되는 우유, 이유는?

‘1+1’은 돼도 가격 할인은 안 되는 우유, 이유는?

기사승인 2017-04-20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4년 만에 흰 우유 소비량이 증가했지만 유업체는 웃지 못하고 있다. 원유가연동제에 가격이 묶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묶음팔기 등으로 얻어낸 허수(虛數)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흰 우유 소비량은 2012년 140만5000톤, 2013년 139만2000톤, 2014년 135만6000톤, 2015년 134만5000톤으로 매년 줄어왔다. 다만 지난해 국내 흰 우유 소비량은 138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국민 1인당 흰 우유 소비량도 2014년 26.9㎏, 2015년 26.6㎏에서 지난해 27㎏으로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반대로 우유 생산량은 2014년 221만4000톤에서 지난해 207만톤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수치만으로는 침체된 흰 우유 시장이 작게나마 회복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묶여 가격 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판매를 위해 ‘1+1’ 등 행사로 제품 판매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흰 우유 특성상 원유를 오랜 시간 보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에서 즉각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을 경우 분유 등으로 가공해 보관해야하지만 원유 전체를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13년 시작된 원유가격연동제는 낙농업계와 유업체간의 협상과정에서 원유공급중단·시위 등 문제가 이어지자 정부가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도입한 제도다. 현재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결정된 원유 가격은 ℓ 당 922원이다.

문제는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할 뿐, 시장상황과 수요 등은 가격 책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늘고 소비가 줄면 가격을 줄여 탄력적인 시장운영에 나서야 하지만 제도에 묶여 불가능했다.
 
여기에 2002년 각 낙농가와 개별적으로 맺은 원유생산쿼터제로 계약된 원유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한다. 판매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가격은 내리지 못하고 원유까지 할당 구입해야 하는 이중고인 셈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원유가격연동제 이후 연간 100억원 이상의 흰 우유 적자를 보고 있다. 가공유와 분유 수출, 사업다각화, 원유생산량 조절 등으로 흰 우유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유업체 관계자는 “직접적인 조정이 어려운 만큼 1+1이나 묶음할인 판매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소비량이 늘었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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