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3번 싸워서 3번 졌다. 락스 타이거즈의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1줄 요약’이다. 동반 꼴찌 bbq 올리버스를 제외한다면 모든 팀이 1승 이상을 거둔 상태다. 지난 시즌 자신들보다 아래 있었던 롱주 게이밍과 진에어 그린윙스는 벌써 연승의 기쁨도 맛봤다. 호랑이 군단만 유독 맥을 못 추는 초여름이다.
타이거즈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다. 초반 대진운이 안 좋았다.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9위를 기록했던 진에어 그린윙스를 만났지만, 이후 지난 시즌 2·3위팀이었던 삼성 갤럭시와 kt 롤스터를 연달아 만났다. 전력의 열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타이거즈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0승3패의 성적표가 아니다. 타이거즈의 게임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타이거즈는 특유의 공격 일변도 플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팀이었지만, 현재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번 시즌의 타이거즈는 무색무취다. ‘타이거즈는 어떤 팀인가?’라는 질문에 쉬이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선 지난 스프링 시즌 팀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당했던 손영민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1.8의 초라한 K·D·A를 기록 중이다. 서머 시즌 플레이한 8세트 중 0킬 게임이 3세트다. 2킬 이하의 게임도 3세트나 된다.
탑·정글러의 로테이션 기용 또한 의아하다. 지난 스프링 스플릿 1라운드에 ‘린다랑’ 허만흥과 ‘성환’ 윤성환을 주로 기용했던 타이거즈는 2라운드 들어서 ‘샤이’ 박상면과 ‘마이티베어’ 김민수 콤비를 새로이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샤이티베어’ 콤비는 팀에 단비와도 같았던 4승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올 시즌 타이거즈는 다시금 허만흥과 윤성환을 주전으로 기용했고, 삼성전 들어서는 허만흥과 김민수를 함께 출전시켰다. 진에어전 2세트에는 허만흥의 상태 이상으로 박상면과 윤성환이 동시 기용됐다. 사실상 전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던 콤비 박상면과 김민수 콤비를 제외한 모든 경우의 수가 나왔다. 정작 나와야 할 게 안 나오니 타이거즈 팬들은 답답하다.
라이너와 정글러의 동반 부진으로 인해 오브젝트 컨트롤 능력 역시 최악 수준이다. 8세트를 치렀음에도 드래곤 사냥은 5회에 그쳤다. 내셔 남작 처치 역시 3번이 전부였다. 그들이 이렇게 헤매는 동안 상대팀은 21번의 드래곤 사냥과 9개의 내셔 남작 버프를 획득했다.
스프링 스플릿 당시의 타이거즈를 돌이켜보자. 당시 이들에겐 ‘돌격대장 손영민’이라는 확고한 팀 컬러가 있었다.
미드 라이너 ‘미키’ 손영민에게 삼성의 ‘크라운’ 이민호와 SK텔레콤의 ‘페이커’ 이상혁 다음으로 많은 CS(9.2)를 몰아먹게 했다. 에이스는 팀 전체 데미지 딜링 중 29.9%를 담당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손영민은 분당 565의 딜을 넣어 미드라이너 중 2위에 올랐고, 평균 킬 역시 4.4로 SK텔레콤 T1의 ‘페이커’ 이상혁 다음을 기록했다.
이처럼 스프링 스플릿의 타이거즈는 게임 플랜이 뚜렷했다. 손영민이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을 때 맏형인 ‘샤이’ 박상면이 쉔의 궁극기 ‘단결된 의지’로 완충장치 노릇을 해주는 등 역할 분배 또한 확실했다.
스프링의 타이거즈는 정규 시즌에 8승10패를 기록했지만 평균 경기 시간은 35분34초로 가장 짧았다. 경기 당 11.9킬을 기록했고, 동시에 13.3번 전사한 ‘화끈한 팀’이었다. 하지만 현재 타이거즈의 게임당 킬은 7.75에 불과하다. 상대 팀은 매 게임마다 11.9번씩 호랑이를 사냥하고 있다.
타이거즈는 오는 11일 비슷한 처지의 bbq 올리버스와 진검 승부를 벌인다. 만약 bbq가 오늘 아프리카전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 한다면, 맞대결에서 패배한 팀이 단독 꼴찌가 된다. 궁지에 몰린 것은 bbq 역시 마찬가지. 두 팀 모두 11일 경기가 1라운드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타개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