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뛸 수 있는 선수 뽑은 신태용, 슈틸리케가 가지지 못한 눈

[옐로카드] 뛸 수 있는 선수 뽑은 신태용, 슈틸리케가 가지지 못한 눈

기사승인 2017-08-14 12:07:17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더 이상 뒤가 없다. 이겨야 가고, 지면 떨어진다. 신태용 감독이 결전을 치를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신 감독은 14일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명단 26인을 공개했다. 규정상 엔트리는 23인으로 구성하는 게 맞지만 조기소집이 이뤄지는 만큼 검증을 거쳐 23인을 확정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동국은 토템?

신태용 감독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고 했다.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두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아픔이 있다. 이동국은 2002년 명단제외, 그리고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에서 저조한 득점력으로 질타를 받았다. 염기훈 역시 국가대표 당시 왼발 의존적인 플레이로 비판을 받았다.

두 선수가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승선하자 ‘토템설’이 스멀스멀 나왔다. 실제로 신 감독은 두 선수가 정신적인 부분에서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신 감독은 “(이동국 등이) 좋은 선수들인 데다가 후배들에게 귀감을 줄 수 있다는 플러스알파도 있다. 마흔이 다 된 이동국이 앞에서 열심히 뛰는데 후배들이 안 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축구에서 소위 ‘토템’은 경기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고 애매모호한 역할만 하는 선수를 일컫는다. 때문에 두 선수는 토템이 아니다.

98프랑스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이동국은 2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국내 리그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동국의 페이스는 귀감이 될 만하다. 포항제철중, 포항공고를 나온 이동국은 1998년 포항에 입단해 24경기 11골을 뽑아내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부상 악재로 2002년 월드컵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아시안게임 우승에 실패하며 상무에 입단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첫 시즌 32경기에서 22골을 넣으며 국가대표에 재발탁되기도 했다. 현재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넣었고, 이번 시즌에도 난적 서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1983년생인 염기훈은 한국 나이로 치면 35살이다. 2015년 17도움, 2016년 15도움을 기록하며 특급도우미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시즌에도 4골7도움으로 소속팀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 염기훈의 나이를 얘기하지만, 근래에 경기를 꾸준히 봐오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동국에 대해서 “정신적 리더 역할만이 아니다. 이동국의 최근 경기장 내 움직임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 득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뛸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

유럽파라는 이유로 이름을 올리던 시대는 갔다. A매치, 그것도 월드컵 진출여부가 판가름 나는 자리에서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 선수가 과감히 배제됐다.

네임벨류만 놓고 보면 이번 국가대표 선발은 파격 그 자체다. 이청용, 박주호, 지동원 등 지난 수년간 한국축구를 이끈 이들이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당장 경기에 뛸 수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잦은 부상으로 경기 출전이 거의 없었던 이청용이다. 발목 부상으로 프리시즌을 쉰 지동원과 도르트문트 연습경기에 결장하는 등 폼이 떨어진 박주호도 과감히 제외됐다.

반면 중국리그에서 좋은 폼을 유지 중인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드필더로 발탁된 권경원(톈진 취안젠)과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사실상 주전을 꿰찬 상태다.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주영(허베이 화샤), 정우영(충칭 리판)도 준수한 출전시간으로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슈틸리케는 없고, 신태용은 있는 것

“어려운 시기에 감독을 맡아 상당히 부담이 된다. 부담이 없다면 당연히 거짓말이다. 그러나 소방수 역할이 믿고 맡기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믿고 맡겨준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잘 준비하겠다”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자마자 던진 출사표다.

부담스런 자리에 선 감독의 노력은 분명했다. 매주 전국 모든 경기장을 돌며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26인을 발탁했다.

준비시간이 많지 않았다. 신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 되고 불과 2달여 만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한국은 31일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치러야 한다. 홈경기지만 원채 한국에 강한 이란이다. 이란은 현재 아시아지역 피파랭킹 선두다. 

닷새 뒤인 8월5일엔 2위 다툼 중인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최종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패한 팀이 3위로 쳐질 가능성이 높다. 월드컵 본선 티켓은 2위까지 주어진다. 3위로 쳐질 경우 타 대륙 팀과 1장의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와일드카드)를 거쳐야 한다. 와일드카드전은 늘 혈전이었다. 소속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태용 신임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단 한 달여 만에 녹여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최종예선 전 평가전도 없다. 워밍업 없이 바로 링 위에 올라야 하는 권투선수의 처지다.

이번 발표는 오로지 결과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할 만하다. 신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줄기차게 ‘결과물’을 강조했다. 경기를 잘 하겠다는 다짐이다.

전임자인 슈틸리케와 대조된다. 그는 “소속팀에서의 지속적인 출전과 몸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발탁은 의아했다. 돌풍에 서 있던 제주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소속팀 출전이 거의 없다시피 한 선수도 상당수 이름을 올렸다. 단지 ‘유럽파’라는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사기가 중요하다 해도 불가용 자원을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건 상당한 모험수다. 당장 그라운드에 올랐을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24인을 뽑는 자리다. 결국 슈틸리케 전 감독은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매 맞은 아이처럼 쫓겨났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 번의 패배로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대 위기이자 최고의 기회다. 신태용 감독의 모든 논리는 어쨌든 결과로 평가된다.

dne@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