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와 관련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각각 250억원과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한다는 내부 사무처의 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5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 종로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 사무처가 지난해 7월 작성한 가습기메이트 제품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심사보고서는 가습기 메이트에 대해 “주 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정보를 은폐, 누락하고 나아가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기만적인 표시 광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커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각가 250억원과 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받았음을 공표하도록 조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그러나 지난해 8월 24일 “제품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된 이후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심의절차 종료는 ‘판단불가’에 해당하며 과징금과 검찰고발 등 제재가 진행되지 않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해당 조치가 제품에 표시한 내용이나 광고한 사실이 사실임을 증명할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EH한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와 관련해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했다고 광고했으나 객관적 실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고발한 것과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가습기메이트 관련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지난해 8월 31일을 잎주일 앞두고 심의절차를 종료한 것과 관련해 “공정위가 SK와 애경에 면죄부를 준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래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환경부가 당시 가습기메이트 사용자 5명을 피해자로 인정했으나 질병관리본부 동물흡입실험 결과 가습기메이트 제품 사용과 폐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인체위해성 확인을 위한 최종 추가조사를 진행하는 상황을 고려해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체 위해성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조치해 행정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자칫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 구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우려를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재조사를 추진한다.
지난 9월 11일 환경부는 해당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위해성을 인정하는 공식 의견과 관련자료를 통보한 바 있다.
공정위는 “해당 자료를 토대로 신속히 재조사에 착수해 연내 전원회의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