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 풀무원의 계열사 푸드머스가 식재료 납품을 위해 학교 영양사들에게 상품권 등을 제공한 위법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도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 학교급식 뒤흔든 ‘검은 돈’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학교 영양사에 상품권을 건네주며 식자재 주문 등을 청탁한 풀무원 푸드머스에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풀무원 푸드머스 등 관련 10개 가맹사업자는 2012년 6월부터 4년간 수도권 148개 학교 영양사에게 총 4억7491만원 상당의 백화점·마트 상품권을 건네 줬다. 학교에 따라 1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상품권을 뿌렸다.
2015년 기준 학교급식용 식재료 시장은 2조원대로 4개 대형업체가 30%를, 60여개 중소기업이 나머지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학교에 납품되는 가공식재료는 매월 영양사가 주문서를 작성하고 입찰을 통해 최종 납품업자를 선정한다. 학교 영양사가 사실상 업체를 선정하는 대부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풀무원 푸드머스 등 적발된 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노려 영양사들에게 백화점·마트 상품권 등을 건네며 입찰 우위를 점했다.
◇ 2012년 이후 매출·영업이익 크게 늘어
공교롭게도 풀무원 푸드머스가 학교 영양사들을 대상으로 ‘상품권 쥐어주기’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실적은 매년 크게 성장했다.
푸드머스의 매출액은 2013년 3843억원에서 2014년 3863억원, 2015년 4137억원, 지난해 4479억원으로 매년 평균 5.3% 신장했다.
영업이익은 2013년 166억원에서 2014년 184억원, 2015년 194억원, 지난해 241억원으로 매년 13% 이상씩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38%로 사실상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풀무원의 1.87%보다도 3배 가까이 높다. 모기업인 풀무원식품의 12개 종속기업 전체 매출액 1조300억원 중 44%를 푸드머스가 담당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푸드머스의 지분은 무원식품이 100% 가지고 있으며 풀무원식품의 지분 92.8%를 풀무원이 가지고 있다.
◇ 알짜회사의 모기업 ‘적자 메우기’
이러한 푸드머스의 ‘실적 키우기’는 모기업인 풀무원식품의 미국법인인 풀무원USA와 일본법인 아사히식품공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풀무원USA 당기순손실은 2014년 173억원에서 2015년 249억원, 지난해 279억원으로 매년 늘었다. 아사히식품공업 당기순손실도 2014년 78억원에서 2015년 113억원, 2016년 96억원으로 침체됐다.
해외법인 적자가 극에 달했던 2015년 말 풀무원은 풀무원식품의 재무개선을 위해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푸드머스를 풀무원식품으로 넘겼다.
상품권 쥐어주기로 실적을 키운 푸드머스를 모기업 적자 해결을 위한 소방수로 밀어넣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상승과 주식거래를 통한 종속기업 전환 등을 볼 때 이러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