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허술한 대응으로 붉은 불개미 유입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8일 이미 일본에 붉은 불개미가 상륙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같은달 18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이 (붉은 불개미 국내 유입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농식품부는 7월 21일에야 검역본부에 검역강화를 지시했다”고 뒤늦은 대응을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부산항에서 발견된 붉은 불개미의 군락은 크기와 개체 수로 추정할 때 국내 유입 시기가 한달 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인 29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는 1000여마리가 서식하는 붉은 불개미집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붉은 불개미를 ‘한 해 평균 8만명이 쏘여 100여명이 사망하는 살인 개미’라고 설명했으나 전문가들의 반박이 계속되자 ‘일본 환경성 게시 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이미 1996년부터 관리병해충으로 지정됐음에도 (붉은 불개미의) 위해성에 대한 기본 정보도 인지하지 못해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붉은 불개미는 식품병역법에 따라 1996년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돼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 하에 있다. 붉은 불개미 여왕개미는 하루 1000개의 알을 낳고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붉은 불개미를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은 크지 않지만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입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예찰대응이 허술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본 등을 통해 유입될 수 있는 경로가 한정적이고 컨테이너 유입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검역본부가 전체 화물의 5.7%에 해당하는 컨테이너에만 검역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미 병해충이 방역망을 뚫고 국내 유입된 사례도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유입된 병해충은 포인세티아총채벌레 등 13종에 이른다.
김 의원은 “아직 여왕개미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고 유입 경로 역시 명확하게 밝힌 상황인 만큼 병해충 방역 체계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붉은 불개미가 추가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추석 기간 가용조직과 인력을 총동원해 긴급방제와 예찰을 진행한 결과 외래 붉은 불개미가 추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전문가들이 현장을 관찰한 결과 방제과정에서 여왕개미가 다른 개미들과 함께 죽었을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 아스팔트 균열 지점에 형성된 개미집의 크기나 범위로 봤을 때 살아있을 환경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붉은 불개미의 해외 유입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인접국가인 중국·일본 등에서 맹독성 불개미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교토에서 맹독성 불개미가 발견되면서 일본 내 유입 사례가 12개 지역 22개로 늘어났다.
외신은 전날 무코시 컨테이너에서 여왕개미 2마리와 알, 번데기 등 맹독성 불개미 2000마리를 확인하고 방제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컨테이너는 중국 하이난 성에서 선적돼 오사카 미나토 항을 통해 무코시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국 부두 등에서 처리되는 수출입 컨테이너 실적은 1541만4000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에 달한다. TEU란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을 말한다.
이번에 외래 붉은 불개미가 발견된 부산항의 컨테이너 실적은 962만TEU로 전국 처리량의 절반을 넘는다. 따라서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컨테이너 수출입과 환적이 계속되는 이상 유입 가능성은 여전하다.
앞서 최재천 이화여대 자연과학부 석좌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중국과 대만 사례가 있는 만큼 유입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검역당국의) 지속적인 방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