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하는 ‘제5차 국정운영고위과정’이 20일 오후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지난 9월 14일 첫 행사를 시작으로 12주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정부 장·차관급 인사와 국회 정당 원내대표 등 각 상임위원장이 강연을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김경대 한국감정원 감사, 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이 각각의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쌀 가격 안정화 시급… 농정구조 변화 필요”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쌀 가격 안정화”라면서 “농정구조를 쌀 중심에서 다원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장관은 ‘농업·농촌정책 추진방향’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농업전반에 대한 정책과 생각을 설명하면서 “쌀 농가가 전체 농가의 57%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 할 때 쌀을 뺄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현재 농업이 고령화와 소득감소 등의 이유로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농가기준 도시·농가간 평균소득비율이 88년 이후 역전돼 현재는 농가가 63% 수준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농업을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우리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면서 “재배한 사과로 와이너리를 운영해 소득을 올리는 등 6차산업의 모델도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업이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 영역이 부가가치, 신기술, 바이오, 기능성 신소재, 순환에너지 등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농·식품은 신성장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농업인과 소비자의 근본적인 개혁과 우리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쌀 가격 안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장관은 “현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쌀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쌀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내년 5만㏊, 내 후년까지 10만㏊의 쌀 재배면적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10만㏊ 재배면적이 줄면 생산량은 50만톤이 감소한다”면서 “올해 쌀 생산량은 총 395만톤으로 여기서 50만톤이 줄어들면 어느 정도 가격이 안정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농식품부는 공공비축미 35만톤과 시장격리곡 37만톤을 더해 총 72만톤의 쌀을 수매하는 수확기 대책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공공비축미수매가격은 10월부터 12월까지 시장가격 평균치를 적용해 이듬해 1월 확정된다. 지난 16일 기준 일반미 소비자 거래가는 ㎏당 1902원, 80㎏ 기준 15만2176원으로 이를 볼 때 수매가격은 15만원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 등에서는 시장격리곡 수매를 현재 37만톤에서 50만톤으로 늘려 총 100만톤을 수매해야하며 80㎏ 기준 쌀 수매가격도 24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올해 과잉생산분은 20만톤 수준으로 이번 시장격리곡 수매물량이 이보다 높다”면서 “쌀 가격이 15만원으로 안정된다면 7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절감돼 이를 동물복지형 축산, 청년영농 지원 등 다른 농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농업과 농민들이 타격을 입었다고도 우려하며 현행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액을 각각 5만원, 10만원, 5만원으로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올해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이 전년 대비 8.9% 줄었고 과일과 수산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합쳐 총 30%가 줄어들었다”면서 “사과와 배 등 과일의 경우 일년 판매량의 60%가 명절에 판매되는 만큼 명절기간에 한해 농축산물을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권익위원회에서 11월에 대국민보고회를 한다”면서 “사회적 효과와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충제 계란 파동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친환경 인증제도의 전면적 개편 등 대비책을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김 장관은 “(살충제 파동과 관련해) 공장식 사육환경은 가축 전염병, 진드기 문제가 쉽게 생길 수 있다”면서 “결국 우리도 동물복지형 사육환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란계 농장의 사육밀도의 경우 (신규 농가는)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기존 농가 역시 2025년까지 의무적으로 변경하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현실적 도시정책·인질도시 대안 필요”
두 번째 순서인 김경대 한국감정원 상임감사는 ‘새 정부의 국토·도시분야 정책과제 및 스마트시티’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새 정부의 국토 정책과 다가올 미래 도시가 어떻게 전환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사는 “지방 허브도시 발전 등 미래대비적인 국토·도시분야 정책을 통해 지방에 중요한 허브 도시를 만들어야하며 이래야만 지방도시가 살아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지난 60년간 국토·도시개발 전문가들이 얻은 교훈”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재 국토·도시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정책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김 감사는 “도시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1960년대며 지금은 3세대 정도로 볼 수 있다”면서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도시는) 엄청난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는 특히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재원이 부족해 전문가들은 단지 이슈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예산으로는 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인질도시’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김 감사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가 2500만명에 달한다”면서 “극단적으로 말해 미사일 세 발이면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인질도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과 사람이 사실상 없다”지적했다.
김 감사는 “국토 전문가들이 지방 클러스터 등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나 예산의 효율성 등의 이유로 정부에서 이러한 정책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면서 “혁신도시 역시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아 이에 대한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국토계획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김 감사는 저출산으로 인해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이어지면서 2040년 기준 모든 지역에서 인구 감소 추세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6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2000만명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쇠퇴도시 또는 축소도시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감사는 “앞으로 도시는 점점 집중화되고 콤펙트화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국토분야 (정책)에서는 주변 환경을 다이렉트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초연결성·초국경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행정을 통한 인문학적 가치 구현해야”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정재근 유엔거버넌스센터 원장은 인문학적 행정에 대해 강조했다. 정 원장에 따르면 인문학적 행정이란 사람 자체의 고귀함과 숭고함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어떻게 서비스를 전달해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정 원장은 “인문학적 행정을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그 나약함 속에 깃든 인간의 강인함을 시인하는 것”이라면서 “행정을 통해 인문학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 뿐만이 아니라 정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기업의 세금납부 등도 인문학적 가치 구현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가장 효율적인 인문학적 가치 구현은 ‘국가행정’을 통한 것으로 봤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 예산은 400조원이 넘고 공공기관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면서 “이 돈을 가지고 법령을 만들어 집행할 수 있는 공공기관, 즉 행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할 수 없는, 우리(국가행정 관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러한 인문학적 가치 구현을 위한 행정을 오페라에 비유했다. 그는 “노르마이라는 오페라가 있는데 1850년경 초연 이후 100여년간 공연을 하지 못했다”면서 “아리아를 소화할 수 있는 프리마돈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년 후에야 이 아리아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나와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면서 “작곡, 대사, 대본이 정해진 오페라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아리아를 부르는 가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도 똑같고, 담당 공무원도 똑같고, 예산도 사실상 똑같지만 프리마돈나, 즉 시장과 군수에 따라 행정은 큰 차이를 보게 된다”면서 “법령을 제대로 집행하고 해석할 수 있는 유능한 행정인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마지막으로 “어떻게 연주(행정)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따듯한 행정, 인문학적 행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