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이 등을 생산·판매하는 무학그룹이 맥주시장 진출 의지를 천명했다.
◇ 맥주시장 진출 공식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할 것”
지난 7일 최재호 무학그룹 회장은 창원시에 위치한 창원1공장 본사에서 열린 ‘좋은데이 고객과 함께하는 CEO와 대화의 장’에서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룹 내 자금 여력은 충분하며 하이트진로 측에 인수 의사를 직접적으로 3차례 정도 밝혔다”며 맥주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이어 “무학이 가진 주류에 대한 노하우가 맥주 생산에도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며,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을 인수한다면 새로운 맥주 맛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수도권 소주시장 입성을 위한 공장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무학은 750억원을 투자해 2019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충북 충주 메가폴리스 산업단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6월 무학은 충주시와 투자협약을 통해 2020년까지 메가폴리스 산업단지 내 8만5740㎡(2만6000여평), 3만597㎡(9255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이는 창원2공장보다 6배 가까이 큰 규모다.
충주공장이 완공되면 창원1공장·2공장과 울산공장 등을 포함해 연간 10억병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무학은 신축공장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소주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 수도권 입성 ‘재수’ 성공할까
최 회장의 하이트 마산공장 인수 의지 천명은 최종적으로 수도권 소주시장 공략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색이 강한 지방 특성상 연고지인 경남지방에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판로를 뚫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맥주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이를 수도권 진출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학은 2014년 수도권영업본부를 신설하고 영업력 강화를 위한 신규인력 채용, 물류센터 개소 등 수도권 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2015년말 저도주·과일소주 열풍에 힘입어 판세를 늘려가는듯했으나 과일소주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점유율 확보는 사실상 멈췄다.
공격적인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실적도 주춤했다. 무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줄어들었다. 매출 역시 8.6% 줄어든 2542원에 그쳤다.
관련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기존 영업망이 견고한데다가 실질적으로 주류제조사가 납품하는 도매업자와의 관계형성에 시간이 더 필요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도매업자 입장에서는 기존 거래처인 하이트진로·롯데주류와 척을 지면서 물건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리스크기 때문이다.
또한 매출 등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마케팅·영업비용도 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학의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는 이상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맥주시장 진출로 연고지역 맥주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도권 진출에 탄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현재 맥주시장 자체가 성장이 둔화된 데다가 하이트마산공장을 인수하더라도 지역 내 하이트진로 영업망이 그대로 남아있어 단기간에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무학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설에 대해 (최 회장이) 대답했을 뿐”이라면서 “공장인수 이후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그룹 내 여유자금으로 추진하는 만큼 (경남지역 내 맥주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더라도)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