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프랜차이즈 업계 ‘오너 리스크’ 문제가 불거지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오너 리스크에 대한 가맹점피해를 일부 보상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발의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사실상 무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회장님이 드리우는 ‘그림자’
1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12일 윤홍근 BBQ 회장은 서울 강남구 봉은사점을 찾았다. 주방을 둘러보려는 윤 회장과 이를 제지하려는 가맹점주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 XX 해고시켜, 여기 폐점 조치하라’는 욕설과 협박을 계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대로 BBQ 측은 매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 등이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었으며 주방 안쪽에서 본사 제품이 아닌 사입되는 것으로 보이는 재료들이 보여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이 ‘규정에 어긋나는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폐점 사항이 있으면 폐점하라’고 말했을 뿐 고함이나 욕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BBQ 측은 해당 점주가 재료를 사입했다는 사진과 가맹점주와 슈퍼바이저가 나눈 메신저 대화내역 사본,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가맹점주 측은 앞선 8일과 14일 윤 회장과 BBQ 사측을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의 진실게임이 법적 공방으로 확대된 것이다.
문제는 사건이 커지면서 더 이상 가맹본사와 한 가맹점주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곳은 일선 가맹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사건, 특히 오너들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벌어졌을 때 소비자가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대응은 불매운동”이라면서 “그러나 본사에 피해가 가기 전에 이를 생계로 삼고있는 가맹점주들에게 먼저 타격이 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피해는 가맹점주의 몫”이라면서 “(오너리스크) 피해에 대한 구제와 보호방안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현실화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 브랜드 훼손은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7월 26일 토종 피자 브랜드인 미스터피자 정우현 MP그룹 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유통과정에 동생 아내의 명의로 된 회사를 납품업체로 끼워 넣어 이득을 챙기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사 프랜차이즈를 탈퇴한 가맹점주의 매장 근처에 직영점을 내는 '보복출점'을 했다는 혐의와 본사가 집행해야 할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긴 의혹,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정 전 회장의 자서전을 대량으로 구매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도 성추행 논란으로 지난 7월 9일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최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20대 여직원과 식사하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와 호텔로 강제로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은 피해자와 합의했으나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강남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후속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는 가맹점만… 보호 규정·법안 전무
지난 6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호식이두마리치킨 매출은 최 회장의 성추행 혐의가 보도된 직후 40% 가까이 급락했다.
또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역시 정 회장이 지난해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직후 매장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60% 감소했으며 이로 매장 60여곳이 문을 닫기도 했다. 올해 치즈 통행세 등으로 정 회장이 구속되면서 발생한 피해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스터피자가 속해있는 MP그룹 주식의 경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주권매매거래정지 기간을 기존 ‘상장폐지 사유 해당여부 결정일’에서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개선기간인 2018년 10월 11일 이후 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논란이 계속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 등에 들어서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7월 ‘자정안을 마련겠다’며 자체적인 실천안 마련에 나섰다. 세 달 뒤인 10월 프랜차이즈협회는 자정실천안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정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법적 강제력이 없는 데다 직접적인 보상안이 제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자리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제제와 규제는 공정위에서 한다, 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수 없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법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며 공을 입법부에 넘겼다.
협회가 발표한 자정실천안 세부항목에서도 오너리스크에 대한 가맹점주 보호안은 없다. 상생기반마련을 위한 ‘프랜차이즈 공제조합’이 있지만 온전히 오너리스크만을 담당하는 기구는 아니다. 관련항목이 추가되더라도 ‘어디까지를 오너리스크에 대한 피해로 볼 것인가’와 ‘얼만큼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만큼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게다가 수요조사와 출자 등 시간이 걸려 협회는 실질적인 기구설립 착수는 2019년 하반기나 되어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 박기영 협회장 임기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시기인 만큼 후임 협회장이 이를 받아 계속 진행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협회가 오너리스크 보상방안 등이 마련하더라도 회원사가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면서 “협회가 회원사에 내릴 수 있는 징계가 최대 제명에 그치는만큼 법제화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