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배추’로 불렸던 배추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배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농산물 가격의 등·폭락 원인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에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배추 상품 1포기 평균 소매가는 2414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 떨어졌다. 한 달 전 4461원보다는 45.9% 급감했다.
이는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9월 소매가 8128원 대비 70.3%나 폭락한 가격이다.
도매 가격 역시 10㎏ 한망에 3500원으로 지난해보다 56% 줄어들었다. 평년 가격도 38%나 줄어들어 5064원에 머물렀다.
농가 입장에서는 도매가격이 5000원이라 하더라도 운송비와 상차비, 도매시장 수수료 등 기타비용을 제외하면 가격은 1000원 남짓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가격 폭락은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신선배추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국 재배면적은 1만3674ha로 지난해보다 20% 늘어났다. 배추 뿌리마름병이나 태풍 등 작황에 영향을 끼치는 적어 생산량도 30% 많아진 147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들어가는 농심(農心)과는 달리 관계부처인 농식품부는 태연자약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가을배추 생산초과량을 4만1000톤으로 예상했으나 농식품부의 격리 계획물량은 2만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농협 계약재배와 정부수매 9000톤을 더한 수치다.
사실상 농식품부가 기존 격리 계획물량인 2만톤을 확대하지 않은 만큼 겨울배추 출하에 따른 연쇄적 가격 폭락을 막기 어렵다. 또 상대적으로 늦게 출하되는 해남지역의 경우 12월 초 가을배추가 동시 출하돼 어려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농산물 가격의 극단적인 등·폭락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와 관계부처는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비축 농산물이나 수입 농산물을 시장에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매뉴얼 대응체계는 징후감지→상황분석→상황평가→경보발령→단계별 조치시행 등 5단계로 세분화돼있는데다 조치 시행까지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린다는 맹점이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산물 수급매뉴얼을 관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불안징후 즉시 개최해 상환분석과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에 따라 현장에서 조치 시행이 즉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