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자체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의사가 손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죠."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로봇수술센터장(산부인과)은 "로봇수술은 의사의 술기와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경부상피암 등 산부인과 단일공 로봇수술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수술건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매번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센터장이 지난 2017년 발표한 ‘단일공 로봇수술을 이용한 연속적인 61명의 자궁근종 절제술 환자 분석’ 논문은 미국 산부인과 내시경학회 공식 저널에 등재돼 수술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배꼽까지 자란 거대 다발성 근종 17개를 단일공 로봇 근종절제술로 떼어내는 등 세계 최초 기록을 연속으로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이 한몫했다. 문 센터장은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로봇수술은 기계가 도입되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 로봇수술에 젊은 의사들이 많이 뛰어들었지만, 10년 전부터 매달렸던 의사는 몇몇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만 의학이 발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보다 빨리 도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센터장의 특화 분야인 단일공 로봇수술은 배꼽 한 곳만 절개해 근종 등을 떼어내는 것이다. 최소 3곳을 절개하는 기존 로봇수술과 달리 상처와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빨라서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구멍만으로 수술하려면 의사의 술기와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도 있는 수련이 필요하다.
그는 복강경 수술을 하면서 익힌 공간 감각이 로봇 수술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를 '손끝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문 센터장은 "단일공 로봇수술은 개복수술과 달리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없기 때문에 의사의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술기는 교과서 개념을 넘어 머릿속으로 삼차원 이미지를 그리고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이라며 "수술 중 예상치 않은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순간 결정도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의료진들도 문 센터장의 술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도구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술기로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이대서울병원의 로봇수술 술기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 센터장은 향후 다양한 술기 개발과 정보 교류를 통해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산부인과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는 단연 이대서울병원이 세계 1위다. 앞서나가는 병원으로서 많은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10~20년 전 의학교과서에 없던 시도들이 지금은 정설이 되고 있다. 교과서에 머문다면 의학발전은 없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