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철강재의 재활용 기반 라이프 사이클(상품의 수명) 강점을 활용한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철강재가 고철이 되더라도 90% 이상 재활용된다는 점과 내구성이 강해 오랜 수명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사들은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미래먹거리 확보와 철강재의 환경보호 이미지 홍보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와 이를 위한 환경성 평가도 과거 굴뚝 중심의 평가에서 제품 생산의 모든 과정을 고려하는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가 OECD,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굴뚝 사업으로 환경에 부담을 준다고 인식되던 철강 산업도 LCA적 관점으로 보면 친환경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철강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눈여겨본 포스코는 LCA적 관점의 친환경 철강재 ‘기가스틸’을 개발했다. 기가스틸은 최근 친환경차 소재로 부상하고 있는 알루미늄과 같은 대체 소재보다 ‘친환경성’이 뛰어난 신소재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1kg의 소재를 생산할 때 탄소 배출량은 철은 2.0~2.5kg인데 비해 알루미늄은 11~12.6kg으로 5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아울러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파스칼) 이상이다. 예컨대 가로 10cm, 세로 15cm의 손바닥만 한 기가스틸이 약 1톤 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기가스틸의 강도가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차량 경량화 측면에서도 성능이 월등하다는 의미다. 자동차 경량화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대표적인 기술로 손꼽힌다.
교통안전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가스틸과 같은 고장력 강판으로 제조된 승용차의 연간 주행거리를 1만9000km, 10년 운행으로 가정할 때 차량 1대당 간접적으로 약 1.8톤에 달하는 CO2 감축 효과가 있다.
현대제철도 차량경량화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차 자동차 전문 브랜드 'H-SOLUTION'을 통해 친환경 차량경량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국가회전중심(NECC)에서 열린 2019 상하이모터쇼에 현대제철 부스를 설치하고 자동차 전문소재·성형·부품 등을 아우르는 브랜드 'H-SOLUTION'를 선보였다.
공개된 브랜드의 신소재는 최근 세계적 연비규제 강화에 따라 지속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 소재에 대한 현대제철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개발됐다.
아울러 H-SOLUTION을 적용한 미래지향적 콘셉트카 ‘H-SOLUTION EV’도 공개했다. 공개된 차량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도움이 되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량소재를 적용해 동급 EV(전기자동차) 차체 대비 9% 경량화를 달성했다는 게 현대제철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철’을 알리는 그린캠페인을 2017년부터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동국제강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홍익대 걷고싶은거리에서 ‘그린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날 행사는 생활 속 고철 기증, 환경 관련 퀴즈 맞추기, SNS에 인증샷 올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으며, 참여를 통해 선착순 600명에게 철제 화분과 철제 마우스패드를 증정했다.
동국제강 측은 "‘철강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고철이 되지만, 고철을 녹이면 90%에 가깝게 일상 속 가치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한다’는 철의 친환경성을 알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린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동국제강은 고철을 녹여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제강사로서 저탄소 친환경 공법 개발과 설비 투자를 통해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와 시민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제품은 생산·사용·폐기·재활용 제품의 전생에 해당되는 라이프 사이클 어세스먼트(LCA: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철의 영역을 침범하는 대체소재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철강사들은 이를 적극 홍보하며 친환경 경영과 경쟁력 확보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