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협의 최대 수혜지 및 수혜자로 꼽히는 경기 파주 등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와 관련 건설업계는 불신을 드러냈다. 앞서 어그러진 경협으로 인한 실망감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예고되지 않았던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ㅅ분계선을 넘어온 양 정상을 자유의 집 앞에서 직접 맞아 회담장까지 안내했다.
◇“별 기대감 없어…국민들도 아는 것”=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이 남북경협 및 땅값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조사됐다. 민통선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이젠 하도 속아서 별 반응이 없는 것 같다”며 “한 두 번이 아니라 수 십 년간 별 다른 진전이 없다보니 사람들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정상회담은 워낙 큰 이슈였던지라 민통선에 싼 땅 문의가 꽤나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고 덧붙였다.
파주 신도시에 한 중개업소 대표도 “부동산 거래의 경우 실제 체감은 별 의미가 없다. 실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호가만 형성되고 있다”며 “그마저도 경기 자체가 원체 안 좋다보니 최근엔 문의 전화조차도 없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개업소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수요과 공급뿐만 아니라 정책 등으로 인한 기대심리 또한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성에 위차한 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인 수급뿐만 아니라 기대심리가 많이 작용한다”며 “사전에 움직인 사람들은 움직이겠지만 아직 시장에 심리요인이 발현되기엔 경험치상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남북경협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경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북측 철도와 연결할 수 있는 남쪽 철도 인프라 사업을 시작으로 사업이 빠르게 전개될 수 있지만, 북미회담 변수가 회담 종료 이후에도 지속할지는 지켜봐야 안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젠 제발 좀 경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잘되어서 인프라사업이나 주택, 플랜트 부문에서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훈풍이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북미든 남북이든 관계 개선이 되어 건설업계가 북에 진입하게 된다면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선언적 의미만 있다 보니 업계 전반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상태”라고 말했다.
◇남북경협, 땅값에 얼마나 영향 미치길래=실제 남북미 간 정세가 땅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난해 파주시 땅값은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9.53% 급등하며 전국 지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또한 파주는 접경지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 기대감 등으로 급등세를 탔다. 지난해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관계 해빙무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올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남북관계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지난 4월까지 파주시 땅값은 1.01%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64%)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남북철도 연결 등 남북경협 기대감 등으로 지난해 땅값이 8.06% 뛰었던 강원 고성군도 올해는 4개월간 1.2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지가 상승률이 6.65%였던 철원군도 올해는 1.02%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한편 남북 경협주도 강세다. 1일 오후 5시 기준 현대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2.61% 오른 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양회, 현대엘리베이, 현대로템, 아난티 등 남북 경협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동반 상승중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