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한파가 밀려오니 전국 스키장들도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모 스키장이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는데 악 100명 뽑는 리프트 안내 직역에 20대 초반 젊은이가 1000명 넘게 몰렸다고 한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 눈밭에서 여행객을 안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힘든 일 안 한다던 요즘 애들이 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줄을 섰다. 주변 대학생들에 물으니 ‘요즘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며칠 전엔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다음 달 성적표를 받아보는 수험생들은 같은 과를 지원한 또래보다 1문제라도 더 맞추거나 다른 강점이 있어야 입시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내년부터는 정시 비중이 최대 50% 늘어날 전망이어서 점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취업도 만만치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올 가을 매출액 상위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줄이겠다는 곳이 늘리겠다는 곳보다 2배 많았다.
채용규모를 줄인다는 회사는 전체 33.6%였는데, 늘린다는 기업은 17.5%에 불과하다. 이 중 신입사원 채용만 보면, 지난해보다 줄인다는 기업이 31.3%로 늘린다는 기업 13.7%의 2.3배에 달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경쟁도 이렇게나 치열한데, 대기업 정규직 채용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가히 무한 경쟁 시대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쟁이 있어 발전이 가능하고, 경쟁 없는 결과는 도태뿐이기 때문이다. 단,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경쟁의 룰이다.
최근 국립대병원들이 파업 몸살을 겪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파견·용역직 노동자 400여명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공공연대 분당서울대병원분회가 2주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고, 강원대병원 하청용역 노동자 40여명도 무기한 파업 투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모두 전면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는 요구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대병원은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방식의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로써 800여명가량의 노동자들이 조건없이 이달부터 정규직 직원이 됐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보다 통 큰 수준이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들 노동자들이 수차례 파업과 농성을 벌인 결과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채용비리 방지 추가지침’에 따라 채용절차를 밟아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들은 무조건 고용승계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처럼 조건없이 정규직 전환을 해달라는 것이다.
만일 청소와 환자이송, 경비 직역에 대한 정규직 채용이 있었다면 몇 명의 지원자가 몰렸을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한가.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