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서민금융이 근본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시장을 살리는 정책이에요.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 이자경감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보다 제도권에서 이탈한 금융소외자들의 고통이 더 큽니다. 이들을 보듬는 게 진정한 ‘포용금융’이죠”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쿠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서민들을 위한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1979년 한국은행에 입행 후 금융감독원 등 30여년간 금융공기관을 거친 서민금융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맡아 성공적으로 해결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런 2017년부터는 금융소외자 문제에 초점을 맞춘 비영리단체 ‘서민금융연구원’을 운영하면서 활발한 서민금융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조 원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에게는 독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업체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 대출창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 원장은 “최근 정치권 및 정부에서 법정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내린다고 하는데, 법정최고금리가 내려가면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며 “저신용 서민들에게는 금리 인하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법정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문턱이 높아져 저신용 서민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의 지난해 대부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 대출 잔액은 전년대비 4.5% 감소한 15조9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용자수도 반년만에 23만명 감소했다. 금융당국에서는 법정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추면서 대형 대부업체들의 신규대출 중단과 축소가 심화됐다고 보고 있다.
조 원장은 지금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권 금융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창구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불법 고리대금업자들은 돈을 빌려주고 열흘에 15%의 이자를 받는다. 연단위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이들에게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 것이 진정한 ‘포용금융’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원장은 대출 창구를 늘리는 방법으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맞춤대출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맞춤대출서비스에는 대부업체들이 없다”라며 “금융위 등록 대형대부업체들을 맞춤대출서비스에 등록하고 공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활성화되고 금리인하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원장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불법사금융 근절대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불법사금융 업체의 수취 금리를 24%에서 6%까지 줄이는 것”이라며 “제도권 금융에 등록하는 업체들과 등록하지 않은 불법업체간 차별을 주면서 불법사금융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법보다 주먹이 가까워 신고하지 않는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보복 받을 일이 없도록 경찰들이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정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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