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공유는 ‘서복’ 시나리오를 읽으며 두 주인공과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난 왜 사는 걸까. 뭘 위해 살까.’ 답을 하려니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두려웠다. 시나리오가 던진 질문이 거대해 자신이 그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출연 제안을 고사하고도, 마음은 ‘서복’에 계속 머물렀다. 자신이 품은 질문을 관객에게도 던지고 싶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공유는 “왜 사는가는 평생 할 고민”이라면서 “눈 감기 전까지 정답 가까운 곳에 가보기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 앞에서 태연하지 못하잖아요. 기헌도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기헌은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을 거예요. 양약이든 한약이든 뭐든 먹어봤을 거고요. 하지만 서복을 만난 뒤엔 기헌이 달라졌을 거라고 봐요. 덜 두려워하고 덜 힘들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서복이 기헌을 구원했다고 할 수 있겠죠. 저도 고요한 마음으로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어요.”
이용주 감독은 ‘서복’이 욕망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둘은 동전의 양면 같다고, 사람들이 영생을 욕망하는 건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영화에선 ‘삶의 유한성이 인간을 더 나은 존재가 되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도록 만든다는 역설이다. ‘왜 사느냐’는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다른 질문을 낳는다. 공유는 작년 11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호주 시인 에린 헨슨이 쓴 ‘아닌 것’으로 이 질문에 답했다. ‘당신의 나이와 몸무게, 머리 색깔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믿는 것,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이 꿈꾸는 미래가 당신’이라고 말하는 시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공유는 ‘오늘의 소중함’을 건져 올렸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언제 오는지 알 수도 없다. ‘늙어서 잘 살려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지 말자’는 한 가수의 말처럼, 공유도 오늘 하루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했다. ‘서복’ 덕분이었다.
“원래는 고민이 많은 편이었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에도 머리 싸매고 걱정하는 스타일이었죠.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부질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지금은 당장 내 앞에 높인 하루에 충실하려고 해요. ‘서복’이 이런 생각을 굳건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줬어요. 오늘의 소중함을, 내가 오늘 하루 다른 이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일과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며 살려고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매니지먼트숲,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