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지난해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앞으로 여러 장의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만으로 두 살도 채 안된 아이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치료제 급여화를 촉구했다.
SMA는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약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정상적인 생존운동신경원(SMN1) 유전자의 결핍 혹은 돌연변이로 인해 진행성 근위축 및 마비를 일으킨다. SMN 단백질은 운동신경세포 생존에 필수적인데, SMN 단백질이 없으면 운동신경세포가 사멸하기 때문에 근육이 약해진다. 출생 직후부터 운동신경세포의 퇴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생후 6개월 전에 95% 이상이 손상된다.
특히 스스로 앉기 등 정상적인 운동발달 단계에 도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식사와 움직임이 어려워지고 호흡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임상적 유형은 크게 △가장 심각한 1형 △중등도-중증인 2형 △걸어다닐 수 있지만 불편한 수준인 3형으로 나뉘는데 제1형 SMA 환자는 치료하지 않을 경우 90%가 만 2세가 되기 전 사망하거나 평생 보조호흡장치에 의지해야 한다. 제2형 환자도 30%는 만 25세 전에 사망한다.
한 엄마는 편지에서 “‘만 0세’ 어린이집에 다니는 친구들 중 혼자만 걷질 못한다. 걸어 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언니’라고 하는데 아마도 자기가 걷질 못해서 걷는 아이들을 보면 자기보다 ‘언니’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다”며 “얼마 전부터는 (애가) 컸는지... ‘OO야 친구네’라고 하면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고 걷는 모습을 살피며 언니라고 하지 않는다. 이 작은 아이가 자기와 다른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안하고 안쓰러울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려고 두 팔꿈치로 딛고 버티지만 근육이 빠져 다리가 C자 반대로 휘어진 상태로 넘어지고, 울면서 계속 세워달라고 하며 서서 행동하려고 한다. 그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SMA 치료제 중 유전자치료제인 ‘스핀라자’는 보험급여가 인정된다. 진단 첫 해에는 1년에 6번, 그 후에는 연간 3번 주사해야 하고 맞을 때마다 상태가 좋아진다. 다만 1회 비용이 비싸 10년 사용시 약 30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유전자대체치료제 ‘졸겐스마’는 급여가 되지 않는다. 1회 투약으로도 SMA 진행을 막을 수 있어 지난해 5월 국내 두 번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승인받았으나 투약 비용이 약 25억에 달한다. 이에 졸겐스마는 허가-급여평가연계제도를 통해 급여 신청을 한 상태다.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최근 심사평가원이 개최한 ‘고가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에서 “현재 SMA 치료제가 다양하게 나와 있는 상황이기에 적절한 시기에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편지를 보낸 부모들은 기존 치료에도 아이들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다른 치료 옵션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엄마는 “심사평가원장 앞으로 졸겐스마 급여화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답신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졸겐스마는 현재 요양급여결정 신청이 들어온 상태”라며 “학회 등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검토하고 있다. 급여 결정까지는 통상적으로 120일~150일 정도 소요되는데 법정처리기한에 최대한 맞춰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