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는 신년사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환경 개선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10시 20분경, 2안벽 A선석 8091호선 내부에서 송기마스크를 착용하고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3명의 노동자가 호흡곤란 등으로 의식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회사 측의 늑장 대응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 발생 3일째 현장 제보를 통해 노동조합이 조사에 나서자 회사측이 뒤늦게 사고보고서 등을 작성하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며, 여전히 갈 길 먼 회사의 안전의식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소속 협력업체에서 당일 ‘경미한 어지럼증’ 정도로만 신고를 했다”며, 의도적 늑장 대응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8일 오전 5시 50분경에는 NO.1 도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장 내부와 안에 있던 청소차가 모두 탔다.
불이 난 도장공장에는 페인트와 시너 등 각종 인화물질이 가득해 초기 진화가 아니었다면 공장 1동이 아니라 일대 모든 도장공장으로 번지는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영암소방서는 화재가 청소차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19일 오전 8시 20분경에는 남문 안벽에서 건조 중인 유조선 화물창 청소를 위해 동료 3명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화물창 바닥으로 내려가던 사내 협력사 소속 여성 노동자 A(50·여)씨가 20여m 아래로 추락했다.
함께 있던 동료 작업자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노조가 집계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43번째 노동자다.
지난해 5월에도 모기업인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도 건조 중이던 원유운반선 탱크 상부에서 하청노동자가 2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지만, 두 현장 모두 추락 방지 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해양수산부, 산업안전공단과 합동으로 현장 조사 후 건조 중인 선박 중 사고 장소와 같은 4척의 작업구역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대표가 나서서 중대 재해 발생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위험요인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도크갤러리에서 무분별하게 도크 하부로 끌어 쓰는 에어 유틸라인이 도크 작업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해 철거를 요청해도 그때뿐 이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현장의 눈치를 보며 다른 방안을 찾기도 했지만, 이제는 현장의 거듭된 요구에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에어호스를 도크 바닥으로 내리지 않는다는 노‧사 합의가 있었지만, 예외로 인정하는 ‘부득이한 경우’를 핑계 삼아 편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주먹구구식으로 순간만 모면하려다 더 큰 사고를 불러오기 전에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시 안전조치 소홀이 확인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중대재해’의 범위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무안=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