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윤 후보는 지난 달 28일 ‘석열씨의 심쿵약속’시리즈의 일환으로 비흡연자와 흡연자간의 근본적 공간분리를 통해 담배연기로 인한 사회갈등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흡연자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흡연구역을 제공함으로써 간접흡연을 피하고자 하는 비흡연자의 입장과 흡연자들의 행복추구권 간의 균형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흡연구역 설치 시 필요한 부스, 재떨이 등 설치에 흡연자들이 납세한 담뱃세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 내 흡연구역은 6200여개소(2018년 12월 기준)로, 금연구역(2019년 1월 기준 28만2600여개소)의 1/40 수준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에서는 금연구역의 간격과 장소 등이 자세히 적시돼 있으나 건물 외 흡연구역에 대한 규정은 미흡한 상태다.
반면 전문가들은 흡연부스 또한 실내장소이고, 실내장소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국제 협약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FCTC 제8조는 모든 실내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현행법상으로는 금연건물에서도 건물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9년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실내의 모든 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이어 “실내 모든 구역이 금연구역이 되면 안에서 피우던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제한적으로 실외장소에 흡연구역을 설치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윤 후보의 공약은 실내 흡연부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흡연실과 흡연구역은 구분해야 한다. 흡연구역에서는 연기가 머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흡연자들을 가두면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흡연자들이 실내 흡연공간에 안 가기 때문”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공기청정기를 달아놔도 담배연기가 안 빠진다. 이 공간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는 본인이 흡연하는 담배연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흡연하는 담배연기에 간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금연학회도 폐쇄형 흡연부스는 흡연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며 현황조사도 없이 비현실적인 주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질타했다.
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흡연부스 역시 실내장소이며, 이 공간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는 본인이 흡연하는 담배연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흡연하는 담배연기에 간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흡연자조차 밀폐된 흡연부스 내에서 흡연하지 않고, 흡연부스 주변에서 흡연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0% 담배연기 없는 환경 이외에 환기, 공기여과 등 공학적 접근방법으로는 담배연기로부터 흡연자 및 흡연부스 주변 보행자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흡연부스 설치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이미 설치된 폐쇄형 흡연부스는 흡연자로부터 외면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흡연실로 들어가지 않고 부스 외곽에서 흡연하고 있다”면서 “흡연부스의 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부스 주변 보행자들은 여전히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 센터장은 흡연구역을 만들더라도 유동인구, 위치 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흡연구역은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 지하철 앞, 식당 근처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하면 간접흡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사람 많은 곳에 (흡연구역을) 설치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흡연자들을 모아 놓는 효과가 없어진다. 금연, 흡연구역을 만드는 근본적 목적은 아이들 눈에 담배 피우는 것을 보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흡연 행위를 비규범화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기 때문에, 비흡연자가 불편해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제정한 실외 흡연구역 설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흡연구역은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장소에서만 설치 가능하다. 또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출입구, 횡단보도, 어린이 놀이터, 청소년 활동시설 등으로부터 최소 1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설치할 수 있으며, 흡연 시설물은 담배연기가 잘 배출되도록 설계돼야 한다.
이와 함께 이 센터장은 정부가 흡연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흡연구역 설치 문제는 민감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공약에서는 담뱃세를 이용해서 흡연부스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흡연을 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흡연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세금 걷으려고 담배 판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담뱃세는 크게 5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중 하나가 건강증진부담금이다. 이건 목적세의 개념이라서 그 목적에 맞게만 사용할 수 있다”며 “특히 흡연자가 내는 돈이기 때문에 당연히 흡연자에게 돌려줘야 하지만 금연지원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2%밖에 안 된다. 상식적 수준에서 흡연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쓰려면 금연지원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연학회도 담뱃세는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는데 사용돼야 한다며 공약 철회를 촉구했다.
학회측은 “우리나라에서 담배로 인해 매년 6만여 명이 사망하고,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전체 진료비의 6.6%가 지출되며, 흡연으로 발생되는 연간 사회적 비용은 7조1000억원에 달한다”며 “담뱃세를 재원으로 흡연부스를 늘리는 것은 흡연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고 오히려 흡연을 장려하는 정책이다. 담뱃세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는데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의 대부분의 질병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흡연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모두 흡연자의 표를 얻기 위해 흡연부스 설치 및 흡연구역 확대와 같은 지엽적이고 인기영합적인 공약만을 구상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국제협약인 FCTC의 원칙을 훼손하는 발상인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으로 담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담배규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