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운전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전문가와 시민들 사이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처리된 오염수를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고 밝힌 박일영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내에 포함된 삼중수소 농도로는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교수는 30년 동안 충북대학교에서 방사성의약품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한약학회 방사성의약품학 분과학회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오염수를 처리한 뒤, 삼중수소를 방류농도인 1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희석한다면 이 물 1ℓ를 마시더라도 내가 받는 실효선량은 0.000027mSv(밀리시버트)”라며 “이는 바나나 1개를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 -40 등에 의해 내가 받게 되는 실효선량 0.0001mSv의 약 4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음식들에 비해서도 얻게 되는 방사선량이 확연히 낮은 수치라는 것이다.
“삼중수소 외의 다른 유해 요소들도 ALPS로 흡착과 필터를 거쳐 기타 핵종들을 제거했다면 미세 고형물이나 부유물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100%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어도 잔류하는 핵종들의 농도가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북태평양 바닷물에 희석돼 우리나라 근해로 들어올 때까지는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그 때 농도라면 평생 마셔도 문제가 없다. 현재 한국과 중국도 방사능이 포함된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은 이미 그보다 높은 방사선량이 포함된 음식물을 매일 먹고 마시며 산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태평양원자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중요한 것은 삼중수소가 아닌 나머지 위험 물질이다. 현재 한국이나 중국이 방류하는 오염수에는 세슘이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고위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서 교수는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방사성 물질들이 심층 해류를 따라 6~7개월 내 국내 해안에 유입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표층(200m 이내)에 있는 삼중수소와는 달리 국내 해역에 빨리 들어온다는 것이다. 그는 “시뮬레이션은 설정값에 조금만 차이가 나도 아주 다른 결과물을 가져온다”며 “독일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는 해당 물질들이 국내에 유입하기까지 6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한 가지 결과값만 가지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민들이 위해를 입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반면 서 교수는 “아무리 적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만명 중 한명은 방사능으로 인한 장애를 입을 확률이 생기는 것”이라며 경계해야 함을 강조했다.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친원전 지향 시민단체 월성1호기 공정재판 감시단에서 활동 중인 강창호씨는 “오염수 방류로 인해 문제가 생긴 해산물을 먹고 몸에 큰 이상이 생긴다면 1억을 줄 수도 있다”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에 들어 있는 방사능 수치가 인체에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강씨는 국민의 안전과 어민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에 피로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시민들을 불안에 몰아넣기 위해 여론을 형성해 괴담을 퍼뜨리는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국내 어업 종사자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기후팀장은 위험성 제기를 괴담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 위험도가 높은 방사성 물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유해하지 않다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일본이 매립이나 보관이 아닌 ‘방류’라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일본 탱크에 보관하는 방법, 콘크리트에 매립하는 방법 등도 있지만 소요 시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한 방류를 선택한 것”이라며 “얼마나 위험한가를 따지기 전에, 일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오염수를 콘크리트 용기에 넣어 땅속에 묻을 경우 2431억엔이 필요하지만, 해양 방출할 경우 34억엔(약 330억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방사능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아 수산물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고위험 방사성 물질이 우리 해역으로 유입되기까지는 9년 이상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수부 해양정책과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과학기술원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표류하는 심층수까지 고려해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라며 “우리 해역 내에 들어올 때의 농도라면 안전상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