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22대 총선을 9개월 앞두고 치솟고 있는 무당층 비율이 이를 증명한다. 양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하는 등 상대 당이나 대통령 지지율 변동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지율이 30%대 초반을 답보하고 있다. 반면 무당층 비율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잇따른 실정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졌거나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연일 도덕성 논란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유권자의 표심을 좀처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2%, 민주당은 23%를 기록했다. 무당(無黨)층 비율이 거대 양당 지지율보다 높은 37%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극한 대립이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야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제외하곤 사안마다 충돌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보고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기각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 등 굵직한 쟁점들이 불과 한 달 새 발생했다.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정모(여·47)씨는 “진보는 도덕성의 위기로 신뢰와 명분을 잃었고 보수는 비전 없이 진영논리만 앞세운다”라며 “무당층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김모(35)씨도 “발전적 논의 대신 서로 공격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는 두 정당 모두 비호감”이라며 “지금 나오는 지지율은 본인 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 당이 못해서다.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무당층 증가세를 두고 “내년 총선 투표율이 심각하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며 무당층이 줄어들지만 최근 흐름은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무당층은 기존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투표장에 가는 참여형 경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최근 무당층은 정치 무관심·혐오층으로 구성되면서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무당층 증가는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무당층 증가세는 여당도 야당도 강력한 지지 기반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충성도가 떨어지는 유권자들이 총선 당일 투표를 거부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8.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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