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된 모양새다. 국회가 연금개혁 협의체를 구성하지 못하면서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내년 소득대체율 하향 조정이 예정된 만큼, 국민연금 가입자가 노후에 받을 수령액 감소도 불가피하게 됐다.
3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5년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0.5%p 낮아진 41.5%로 하향 조정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소득대체율을 20년에 걸쳐 낮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2008년 50%에서 2028년까지 매년 0.5%p씩 40%로 줄어들게 설정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말한다. 올해 소득대체율 42%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월 평균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40년을 가입하면, 은퇴 후 매달 42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내년 소득대체율이 하향 조정되면 받을 돈도 다소 줄어들게 된다.
반면 올해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면, 연금 수령액이 올해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혹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내놨고, 야당은 44~45% 수준의 인상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 논의를 해야 할 국회는 하세월만 보내고 있다. 국회 상설 연금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수·구조개혁을 병행 추진하자는 국민의힘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연금소위를 통해 모수개혁부터 연내 처리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모수개혁은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숫자만 조정하는 방식이고, 구조개혁은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제도의 틀 자체를 뜯어고치는 방안을 말한다.
특히 올해를 넘기면 연금개혁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및 재보선,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 등 3년 연속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브리핑에서 “내년부터는 선거가 3년 이상 지속돼 올해를 지나면 어려운 면이 많다”면서 “금년 내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을 미룰수록 연금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점도 문제다. 이 차관에 따르면 하루에 885억원 정도의 연금 부채가 쌓이는데, 1년이면 32조원에 달한다. 3년 뒤엔 국민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연금 지급을 위해 기금을 헐게 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를 보면 오는 2027년엔 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3조2536억원가량 많아질 것이라는 추계가 나왔다. 오는 2056년엔 연금 곳간이 바닥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곧 정기국회가 종료되기 때문에 올해 연금개혁은 어렵게 됐다는 판단이 든다”며 “당장 급한 모수개혁부터 손 보고, 그 다음 구조개혁 후속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논란이 있는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의 경우, 정부가 수정안을 내고 야당도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가 무책임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