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 거부, 휴학 등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가능성이 높아지자, 의대 교수들도 집단 움직임 의사를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교수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학생의 휴학 및 유급을 촉발해 의대 교육 체계마저 붕괴시키고 있다”며 “전공의와 학생이 중대한 피해를 입고 교육 현장이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교수로서의 사명은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14일 오후 8시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전국 19개 의대 교수는 지난 12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 사직서 제출 논의를 오는 15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19개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제주대·원광대·인제대·한림대·아주대·단국대·경상대·충북대·한양대·대구가톨릭대·부산대·충남대·건국대·강원대·계명대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의 목표는 의과대학 학생과 수련병원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이라며 “15일까지 각 대학의 교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소속 대학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면 다수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될 수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 40개 의대 중 6개 대학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고 6000여명의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교육부는 동맹 휴학을 휴학 사유로 인정하지 않아 휴학을 불허하고 있다.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갖추지 못한 휴학까지 포함하면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수는 훨씬 늘어난다.
실제 지난 13일 한림대 의대 본과 1학년 82명이 집단 유급을 통보받았다. 한림대에 따르면, 해부신경생물학교실의 한 주임교수는 학생들에게 “학칙에 의거, 수업일수 미달로 인한 FA 유급임을 통지한다”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림대는 결석 허용 한계(3주분 수업시간)를 초과할 경우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해당 과목 F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한림대 관계자는 “보강이나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거나,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 수업일수를 채워 학생들이 집단 유급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대에서도 집단 유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수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부여하고 있다. 또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은 학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개강을 연기하고 있으나 무기한 연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은 출결 일수 미달로 발생하는 유급은 구제 방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경희대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수업일수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이라며 “다음 달 중순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이 기간을 넘기면 학교도 구제할 방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앙대 관계자도 “이번 달 말까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상적인 학사일정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업일수의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무조건 F학점”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와 정상적인 학사일정 운영을 촉구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4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를 방문해 총장, 의대 학장 등 10여 명의 대학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이 부총리는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학생들이 피해받는 일 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학업에 열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 관계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므로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