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정치권을 흔드는 김건희 여사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에 대한 문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정 이견으로 ‘김건희 특검법’의 이탈표 위기감이 높아졌다.
한 대표는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한면담’에서 김 여사 대외활동 자제와 의혹 해소 등을 요구했다. 또 ‘명태균 게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대외활동은 많이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 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인 게 있어야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한면담’은 종료 직후 균열을 보였다. 박정하 국민의힘 비서실장은 한 대표가 어떤 얘기를 전달했는지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을 취재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또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한면담’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홀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한면담을 보면 (한 대표가) 상당한 홀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에 상정될 김건희 특검법은 (이탈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정·당내 갈등은 3차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 여사의 문제가 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이 재표결에서 마음을 돌리면 김건희 특검법 저지선이 무너질 수 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사용된 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300명의 3분의 2인 찬성 200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직전 본회의에서 4표가 이탈해 단일대오가 흔들린 바 있다.
지난 4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수는 총 108명으로 모두 반대했다면 찬성이 192표가 나와야 했다. 저지선 8표 중 절반이 무너진 셈이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이탈표 문제를 두고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가능성이 있다. 한 대표가 막으려고 하겠지만 막을 수 있을까 미지수”라며 “김 여사의 문제가 각종 의제를 잠식하고 있다. 당이 인지하고 있고 민심을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 여사의 의혹이 국민의힘에 큰 부담이 되는 것도 문제다. 명씨가 연일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당내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보좌관이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도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대로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민주당의 공세 속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국 주도권을 위해서 당정이 일신할 필요성은 있다. 당내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다만 한 대표의 방식이 너무 거칠어 조금 유연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이번 면담이 ‘이견’을 드러낸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추가로 당정과 당내 갈등이 드러나는 사건이 벌어지면 겉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견해차만 드러낸 상황이다. 면담 직후 당의 브리핑을 봐도 알 수 있다”며 “당정의 갈등이 커지면 권력의 누수가 생겨 정부가 동력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본회의 재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4표가 이탈해 균열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더 잡음이 난다면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 특검 정국에 돌입하면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