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서울 용산구 동자동 등 주요 쪽방촌 상담소에 따르면 연이은 폭염에도 무더위쉼터 이용률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는 특별보호대책기간인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쉼터를 주 7일로 연장 운영하고 있지만, 쪽방촌 무더위쉼터의 일평균 이용 인원은 5명 안팎에 그쳤다.
지난 3일 오후 1시30분 방문한 돈의동 쪽방촌 상담소 4층 무더위쉼터에는 주민 2명이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ㄷ자’로 배치된 책상 앞에 의자가 10여개 놓여 있고, 문 맞은편에 펼쳐진 대형 빔 프로젝터 스크린에는 ‘세계테마기행’이 재생 중이었다.
수납장 위에 놓인 이용자 명부에는 날짜별로 쉼터를 이용한 주민들의 이름과 방문 시간이 기록돼 있었다. 지난 1~3일까지 명단에 오른 이름은 대부분 같았다.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되기보다 소수의 주민이 쉼터를 계속 방문하는 구조였다.
이날 취재에 응한 쪽방촌 주민중 다수는 상담소에 무더위쉼터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돈의동 쪽방촌에서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A씨(67·남)는 “무더위 쉼터 있는 줄도 몰랐고 지나가다 종이에 뭐라 써져 있었던 것 같은데, 누가 그런 걸 다 일일이 관심 있게 보냐”며 “거기나 밖이나 똑같을 것 같은데,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나? 스크린 있으면 극장 같은 곳인가?”라고 반문했다.
무더위 쉼터의 운영 사실을 알더라도 이용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었다. 상담소에 목욕권을 받으러 온 정경숙씨(55·여)는 “안에 무더위쉼터가 있는 걸 알지만 좁다고 생각해 방문하지 않는다”며 “더워서 집에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지하철 역사나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해당 상담소 옆 지하 공간에는 에어 매트리스 10여개를 구비해 누워서 쉴 수 있도록 한 ‘밤더위 대피소’도 있었지만, 역시 하루 평균 이용 인원이 1~5명에 머무는 상황이었다.
반면 쪽방촌 인근 골목길과 새꿈어린이공원에 설치된 쿨링포그 기기 아래에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는 주민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동자동 온기마트에서 식료품을 챙겨 가던 윤영숙씨(70·여)는 “(무더위쉼터) 있는 줄 몰랐다”며 “공간이 넓은지, 밥은 주는지” 물었다. 윤씨는 “사람들이 많으면 별로 안 가고 싶다. 집보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게 덜 더워서 서울역에 자주 가 있는다”라고 말했다.
쿨링포그 아래 앉아 있던 B씨(75·남)도 “여기 온 지 얼마 안됐는데 그동안 상담소 가서 샤워만 했지, 무더위쉼터 그런 게 있는 줄은 몰랐다. 나중에 가 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역쪽방촌 상담소 관계자는 “무더위쉼터는 이미 있는 공간을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개념으로, 말 그대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이용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홍보만으로는 쪽방촌 주민들의 쉼터 이용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쉼터는 ‘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더워도 자기 방이나 골목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편을 택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복지실 관계자는 “상담소 안에 무더위쉼터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보다, 시설 전체를 하나의 복지관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가깝다”라며 “안내문 부착과 주기적인 주·야간 순찰 등을 통해 쉼터와 내부 진행 프로그램에 대해 알리고 있다. 한 달에도 주민 수십 명이 이사와 입주를 반복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이어 “무더위 쉼터를 주요 정책으로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거동 불편한 분이나 나이 많은 주민의 경우 가까워도 이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노후화가 심한 기존 주거 공간 중 폭염 취약자가 사는 건물만이라도 에어컨을 달자고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책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동시에, 쉼터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실질적 기능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쪽방촌 주민들은 동네 내부 쉼터 공간에 가면 자신의 정보나 처한 환경이 이웃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우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지하철역이나 외부 공간 등으로 흩어지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진행 중인 문화 프로그램보다 구직 정보와 상담 등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서 쉼터에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무더위쉼터에서 냉방 환경을 넘어 ‘현실적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정보를 알릴 때 주민들도 방문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희령 기자 bright@kukinews.com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