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 몸은 더위 앞에서 정직하게 약해진다. 체온을 조절하는 땀샘의 기능이 떨어지고,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무뎌져 몸속 수분이 부족해도 물을 마실 생각을 하지 못한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매일 복용하는 약들도 더위에 대한 저항력을 갉아먹는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노인 사망률은 2.2% 증가한다. 젊은 사람에게는 불쾌한 날씨가 노인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되는 이유다.
홀로 사는 어르신이라면 위험은 배가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열 집 가운데 한 집이 노인 1인 가구다. 곁에서 상태를 살펴줄 사람이 없으니 이상 신호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쓰러져도 발견이 늦어진다. 전기요금이 걱정돼 에어컨을 두고도 켜지 않는 분, 창문을 닫은 채 찜통 같은 방에서 여름을 버티는 분도 여전히 많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자주, 조금씩 마셔야 한다. 갈증은 이미 탈수가 진행됐다는 신호다. 술이나 커피처럼 이뇨 작용이 있는 음료는 오히려 몸속 수분을 빼앗으니 물이나 보리차로 대신하는 것이 좋다.
둘째, 하루 중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외출과 밭일을 삼가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헐렁하고 밝은색의 옷을 입고 모자나 양산으로 햇볕을 가려야 한다.
셋째, 실내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미지근한 물로 자주 샤워해 몸의 열을 식혀야 한다.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면 에너지바우처 같은 냉방비 지원 제도를 주민센터에 문의하고, 집이 너무 덥다면 가까운 경로당이나 무더위쉼터를 낮 동안의 피서지로 삼는 것이 좋다.
넷째, 어지럽거나 메스껍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은 온열질환의 초기 신호다.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겨 몸을 식히고, 의식이 흐려지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어르신 혼자서 챙기기 어려운 부분은 제도와 이웃이 메워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홀로 사는 노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집 안에 활동감지기를 설치해 응급상황이 생기면 자동으로 119에 연결해 주는 제도로,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면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생활지원사가 전화나 방문으로 안부를 확인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멀리 사는 자녀의 하루 한 번 안부 전화, 옆집 이웃의 문 두드림 한 번이 폭염 속 고립을 깨는 가장 확실한 안전망이다.
폭염은 소리 없이 오지만, 그 피해는 가장 약한 곳부터 덮친다. 기후위기 시대에 여름은 해마다 더 길고 뜨거워질 것이다. 올여름, 주변에 홀로 여름을 나는 어르신이 계시다면 오늘 전화 한 통을 걸어보자. 그 짧은 안부가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처방이 된다.















































